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출처 : 연합뉴스
전기차 리콜 통지를 받고도 대체 차량을 구하지 못해 일상을 멈춰야 했던 소비자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리콜은 제조사의 책임임에도 소비자 불편은 외면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리콜 차량은 수리 이후에도 동일한 결함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리콜 / 출처 : 연합뉴스
ICCU(전기차 통합충전제어장치)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아이오닉5, EV6 등의 전기차에서 주행 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이 멈추는 사례가 잇따랐다.
계기판에는 ‘전기차 시스템 점검’ 메시지가 뜨고, 속도는 시속 40km 이하로 떨어졌다. 이 고장은 주로 겨울철에 발생했고, 지난 해 두 차례의 대규모 리콜도 이를 완전히 잡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콜 받은 뒤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일부 소비자는 이번 리콜이 “문제 있는 차량을 가려내는 도구 아니냐”는 냉소를 내놓기도 했다.
부품 수급도 문제였다. 공식 정비소에서도 수리까지 수 주가 소요되며, ICCU 교체가 가능한 대형 센터가 아니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건 리콜이 아니라 ‘그 이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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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로 차량을 맡긴 소비자들에게 대차 제공은 사실상 복불복으로, 자동차관리법에는 리콜시 대차를 제공하라는 조항이 없다.
법적 의무가 없다 보니 각 제조사나 딜러사 재량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브랜드에 문의한 결과, “수리가 하루 이상 걸릴 경우 대차 제공”이라는 원칙은 동일했지만, 모두 예외 조항을 뒀다.
예외는 다양했다. “서비스센터 상황에 따라”, “딜러사 재량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표현은 사실상 책임 회피의 여지를 남겨뒀다. 결국 소비자가 차량을 맡기고도 대차 없이 대중교통이나 렌터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전기차 배터리 리콜 통지서를 받은 뒤 서비스센터에 문의했지만, “차량이 없어서 대차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100% 제조사의 책임인 리콜인데 불편은 왜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토교통부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특정 브랜드만의 일이 아니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19일, 기아·르노코리아·테슬라·재규어랜드로버·BMW 등 5개 제조사에서 제작한 37개 차종, 총 7만 6천 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오류를 넘어, 에어백이 터지지 않거나 동력 상실로 사고 가능성이 제기된 모델들도 있었다.
기아 니로EV는 동승석 하부 배선 결함으로 인해 에어백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리콜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 불편을 넘어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결함들이 이어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언제쯤 안전한 차를 탈 수 있는가”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테슬라와 BMW까지 리콜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입차에 대한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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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리콜이 현실적 대안이 되려면 수리 이후의 과정까지도 시스템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차 제공 문제는 소비자의 실질적 불편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지만, 현재는 제조사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결함과 대차 회피 사례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리콜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고장도 반복되고, 수리도 늦고, 차도 못 빌려주는 리콜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벤트’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