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 시위 /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을 비판하는 시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특정 국가나 국민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혐오 표현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반중 시위 봉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혐중 시위 / 출처 : 연합뉴스
논란의 출발점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지난 4일 대표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특정 국가, 국민, 인종을 대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할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 의원은 발의 이유로 “최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특정 국가나 인종을 겨냥한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3일 열린 반중 시위를 사례로 들며, “현행법상 집단을 상대로 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혐중 시위 /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능 미디어대변인은 “성조기를 찢고 반미 시위를 해도 처벌하지 않던 정부가, 반중 시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충형 대변인도 “서울 중심가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민주노총의 반미 시위는 방치하면서, 중국을 비판하면 처벌하겠다는 건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 출처 : 뉴스1
정부도 외국인을 겨냥한 혐오 집회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0일 ‘외국인 혐오 집회 대응 방안’을 국가경찰위원회에 직접 안건으로 상정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에 안건을 직접 부의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청은 지난 30일 “최근 방한 외국인 수가 늘어나면서 혐오 시위에 따른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효율적인 법집행 대책을 마련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경찰은 집회 신고 단계부터 혐오 표현 여부를 평가해 위험도를 분류하고, 필요 시 집회 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 현장 대응과 사후 조치까지 포함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불법 행위 발생 시 영상 채증과 즉시 수사 착수를 예고했다.
특히 시위에서 유포되는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허위정보 유포 단속 TF’를 중심으로 정보통신망법 등을 적용해 대응할 방침이다.
혐중 시위 / 출처 : 연합뉴스
법안과 정부 대응에 대해 정치권의 입장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반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억누르려 한다”고 주장하며, 혐오 표현과 정치적 비판 사이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오히려 혐오 표현을 정치 도구로 이용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번 법안은 혐오 표현 규제와 표현의 자유 보장 사이에서 법적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효성과 과잉 규제 우려를 동시에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