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아이오닉 5
“미국이 현대차에 푹 빠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미국 판매 비중이 23.3%를 기록하며 1988년 이후 36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어느덧 4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놀라움을 자아내는 수치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기록한 615만 7138대의 판매량 중 미국 시장이 154만 8333대를 차지했다.
사진 = 아이오닉 5
이는 1988년 2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판매 비중은 2000년대 초반 20%대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10%대로 하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22.3%, 2022년 21.5%, 2023년 22.6%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더니 올해 드디어 23%대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12월 판매량까지 더해지면 170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 아이오닉 5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판매 차종의 질적 성장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SUV 등 고가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1조 3681억원을 기록하며 폭스바겐그룹(19조 3557억원)을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2위에 올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과도 눈부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10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45만여대를 판매하며 9.3%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 포드, GM을 제치고 31.8%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사진 = EV9
다만 유럽 시장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가 저조했지만,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보급형 신차 EV3, 캐스퍼 일렉트릭의 판매 호조로 연말께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는 여전히 테슬라의 몫이었다. 92만 4000여대를 판매해 19.1%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2위 폭스바겐그룹 역시 1.3% 감소한 61만 1000여대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 시장의 탄소규제 완화, IRA 폐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정세에 맞는 전략과 정책 방향 설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