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각본 교장선생님 주연?

기물파손죄 교장실 호출

by 포롱

요즘 지헌이는 온 교실을 발칵 뒤집고 있다.

여자 아이들을 툭툭치고 다니고 놀리고 싸우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지헌이는 안 그러겠다고 해놓고 맨날 또 그래요.”

“그냥 지헌이 상대 안 하고 싶어요.”

반 친구들도 반복되는 사건 사고에 지치는 것 같다.

조금씩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이다.

도대체 지헌이는 무엇이 문제일까.


오늘도 지헌이는 아침부터 사고를 쳤다.

민지 의자를 발로 차서 의자 귀퉁이를 깨트렸다.

며칠 전에도 화장실 문을 망가뜨리더니.

심상찮은 분위기에 조용해진 교실.

전화기를 들고 일부러 다 들으란 듯 큰 목소리로 통화한다.


“행정실장님, 6학년 5반입니다. 우리 반 의자가 망가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네. 고치시면 되죠.

“네. 왜 어쩌다가 망가졌냐고요? 한 아이가 친구 의자를 발로 찼습니다.”

-네? 주무관님께 전화하셔서 고쳐달라고 하시면 돼요. 다음부터는 제게 전화하지 마시고...

“아~ 사고가 아니라 발로 찬 건 배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네? 아니....

“네. 네. 자세한 건 교장선생님께 상의하신다고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톱 배우급 연기다.

통화를 듣고 있던 아이들이 수군거린다.

“의자값 물어내야 할지 모른대.”

“지헌이 큰일 났다. 교장선생님한테 혼날지도 몰라.”


민지와 지헌이를 따로 불렀다.

그러자 지헌이는 자기는 발로 차지 않았다고 했다.

민지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지헌아, 네가 발로 찼잖아. 왜 거짓말을 해.

잘못했으면 인정해. 그리고 난 다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의자는 바꾸면 되니까.”

야무진 민지의 말에 지헌이가 입을 다물었다.

“지헌아, 거짓말은 더 나빠. 그리고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도 배워야지.”

가만히 듣던 지헌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런다.

“기물파손죄 50 드림 내면 돼요?”

“이건 선생님 물건이 아니라 내 권한 밖이야. 일단 교장선생님의 연락을 기다려보자.”


쉬는 시간 주무관님이 오셔서 의자를 교체해 주셨다.

지헌이는 4교시 내내 교탁 주위를 뱅뱅 돌며 눈치를 봤다.

그 사이 나는 행정실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교장선생님과 메신저를 주고받느라 바빴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제가 얘기해 보지요. 점심시간에 보내셔요.”

교장선생님은 당신을 믿고 전화해 준 게 기분 좋다고 하셨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안 간다고 버티면 어쩌나 했는데 지헌이는 순순히 따라나섰다.

교장실로 들어가기 전 아이를 보니 한껏 얼어있다.

“지헌아, 긴장했니? 교장선생님 말씀 잘 듣고 나와.”

교장선생님께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셨다.

“오늘은 6학년 고객님이 오셨구나. 여기 앉아라. 이름이 뭐니?”


지헌이는 5교시 시작종이 울리고서야 교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표정이 밝다.

아마도 코칭 전문가 교장선생님의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을 것이다.

6교시 끝날 무렵 지헌이는 또 폭발했다.

남자 회장이 자기를 놀렸다며 책상을 밀고 넘어뜨렸다.

몸싸움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

하교 후 두 아이를 남겨 얘기를 하는데 남자회장은 울먹이면서 부탁한다.

“제발, 한번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했으면 좋겠어. 나도 폭발하면 너를 어떻게 할지도 몰라.”

지헌이는 눈을 끔뻑거리며 친구를 쳐다봤다.


지헌이를 보내고 생각해 본다.

아이를 변화시켜 보겠다는 생각은 욕심이 아닐까.

어쩌면 내 영역 밖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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