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햇살반 학부모님께
어제 분명 우리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했는데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설 연휴가 지나면 여전히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선생님~ 있잖아요~” 하며 하나둘 제 곁으로 몰려들 것만 같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워 12월부터 “이제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스스로 연습하듯 여러 번 말했습니다.
정작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제가 슬플 것 같아서요.
하지만 이렇게 막상 마지막이 되니
여전히 만남과 헤어짐은 어렵고 낯섭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불을 끄고 여기저기 숨어서 숨죽이며 선생님을 기다렸고요,
쉬는 시간 칠판 가득 사랑 고백을 하고요,
수시로 하트를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긴 방학이 끝나면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하며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놀이시간이면 어찌 그리 사이좋게 잘 노는지 그림 같았답니다.
물론 때론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우리에겐 행감바 인사약이 있잖아요.
참 마법의 교실이었습니다.
아홉 살이 그런 이벤트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요.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출근하시면 교실에 계시지 말고 연구실에 가 계세요”하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
불을 끄고 칠판을 낙서(?)로 가득 채워 놓겠지.
아침 등교하자마자 풍선은 불 수 있는데 묶는 걸 못하다고 가르쳐달라고 해서 제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풍선은 제대로 묶었을까.
자꾸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제가 슬슬 불안해질 즈음,
전령들 몇이 안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다짜고짜로 쓰라고 하더군요.
복도에서 교실까지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가는데
이게 무슨 신부 입장도 아니고.
문이 열리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안대가 벗겨졌습니다.
불이 켜지고, 아이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칠판에는 가지런한 사랑의 고백과 풍선 여러 개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세상에, 풍선묶기 성공했네요.
그때의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건 참 신나고, 행복한가 봅니다.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도와줄 사람?” 하면 우르르 몰려들고,
친구가 연필이 없으면 여기저기서 가져다주고,
싸우다가도 금세 화해하던 아이들.
마음속으로 자주 되뇌었습니다.
‘올해 유현미, 계 탔다. 제대로 힐링한다.’
그리고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분명 서운하고 속상한 순간도 있으셨을 텐데
항상 담임을 믿고 맡겨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기에
한 아이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사랑과 정성으로 보듬고 계신지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의 노고를 응원합니다.
이별이 아쉬워 눈물 흘리던 아이들,
헤어지기 싫다며 매달리던 아이들,
‘가족 외에는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할 거예요’ 하던 아이도
편지에 “선생님 사랑해요”를 한가득 적어두었더군요.
부모님들의 손편지와 카드, 하이톡으로 보내주신 따뜻한 인사까지
모두 감사히 받았습니다.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3학년이 되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어디에서든 햇살반 아이들을 응원하겠습니다.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5학년도 햇살반의 문을
우리 반 인사로 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