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사탕 받으러 오는 거 아니거든!

작년 선생님이 보고 싶어 5층을 오르는 아이들

by 포롱

“선생님, 애기 왔어요!”

창가에 앉은 윤아의 우렁찬 목소리.

앞문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들이미는 아이,

어머나 세상에!

수인이다!


“이게 누구야! 수인이잖아. 5층까지 어떻게 찾아왔어?”

나도 모르게 아이를 덥석 끌어안았다.

학기 초 중간 놀이시간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이들,

작년에 가르쳤던 1학년 꼬맹이들이다.

학기 초 줄지어 나타나 선생님 얼굴 보고 사라지는 아이들.

3월은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힘들고 낯선 긴장의 시간이다.

새 선생님과 새 친구들 틈에서 옛 선생님이 그리운 아이들.

줄지어 나타나 얼굴도장 찍고 사라졌다.

뻔질나게 교실 문 두드렸던 아이들이 뜸해지던 시기,

수인이의 등장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수인이는 야생마 같은 아이였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녀보지 않은 채로

인생 첫 선생님으로 나를 만났다.

엄마와 떨어본 적도 없던 아이에겐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선생님을 수시로 찾았고

“저 할 말 있어요.”

“왜 난 안 시켜줘요.”

책상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를 때도 많았다.


“너 차례까지 기다려야지.”

“하고 싶어도 학교에선 참아야 해.”

친구들이 야멸찬 조언을 할 때면

‘엄마 보고 싶어.’‘집이 더 좋다.’며

눈물 글썽이던 수인이.

가방 속 토깽이 인형이 젤 좋다던 수인이는

약속과 규칙, 배려를 반복해서 배우며

나의 애간장을 무던히 태우던 아이다.


1학기가 끝날 무렵이었나?

수인이가 교탁 주위를 맴돌았다.

아이 손을 잡고 말을 걸었다.

“수인아, 할 말 있어?”

“유현미 선생님!”

“왜? 말해봐. 무슨 일이야?”

“그게 아니고요.”

“응?”

“유현미 선생님 좋아요!”

수인이가 가슴에 폭 안기던 날이었다.


“난 못해! 줄넘기 절대 못 해!!”

줄넘기를 내팽개치며 울고 불던 아이는

친구들의 박수 세례와 함께

줄넘기를 쌩쌩 넘으며 1학년을 마쳤다.


한 번씩 수인이가 생각났다.

적응해서 잘 지내겠지?

한 번쯤은 마주칠 법도 한데 도무지 못 봤던 아이

수인이가 제 발로 나타났다.

5층까지 계단을 오르고 올라

덩치 큰 언니 오빠 가득한 복도를 가로질러 찾아왔다.

소심하고 겁 많던 아이가 용기는 어찌 냈을까.


“수인아, 선생님 보고 싶었어?”

“네, 엄청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교실은 어떻게 찾았어?”

“작년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6학년 언니·오빠들 안 무서웠어?”

“조금 무서웠어요.”

“어휴 대견해라. 대견해.”

“2학년 되니 좋지? 친구들도 선생님도 맘에 들어?”

“네, 좋아요.”

“요즈음 화날 때 어떡해? 소리 질러?”

“아니요. 오늘도 화났는데 꾹 참았어요.”

“어이구, 잘했네. 잘했어.

참, 가방 속 토깽이도 잘 있어?”

“아니요. 이젠 학교에 안 와요. 집에 있어요.”

“아이고 우리 수인이 다 컸네.”

대견한 아이를 그냥 보내기 싫어서 사탕 하나 들려 보냈다.


“선생님, 아무리 봐도 수상해요. 애기들 사탕 얻으러 오는 것 같아요.”

“에이. 그럴 리 없어. 선생님 보러 오는 거야.”

때마침 나타난 꼬맹이 둘.

“민아야, 승희야, 너희들 사탕 받으러 왔어? 선생님 보러 왔어?”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짓궂은 6학년 녀석들 눈 동그랗게 뜨며 거든다.

“에이, 솔직히 말해. 사탕 받으러 왔지?”

“아니야. 오빠. 우리 선생님 보러 왔어!”

날 뭐로 보냐는 듯 단호하게 소리치는 아이들.

아무렴 그러면 그렇지. 이래야 내 제자지.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난 수인이.

이젠 사탕 주지 말자.

“수인아, 이젠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친구랑 놀아.”

“네.”

“얼른 교실로 가서 놀아. 안녕.”

아이를 서둘러 내려보냈다.

한참이 지나 뒷문이 드르륵 열린다.

다시 나타난 수인이 큰 소리로 외친다.

“유현미 선생님, 사탕 주셔야죠!!”

6학년 아이들 거 보란 듯

깔깔깔~~!!! 웃는다.


예상치 못한 수인이의 방문 언제쯤 멈출까.


늘 기다려지고 반가운 방문이지만

더 이상 옛 선생님을 찾지 않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지금의 교실과 친구들이

사탕보다 더 달콤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쉬는 시간 오롯이 그곳에서

신나게 웃고 떠드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동생들이 나타나면 “아유 귀여워.”를 연신 외친는 6학년들. 우리 반 최고 장신 언니와 꼬꼬마 작년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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