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놈 한대 패고 끝낼래요."

하교 후 보내온 폭탄 메시지... 날마다 사건 사고 퍼레이드

by 포롱

6교시 후 동학년 선생님들과 회의 중이었다.

갑자기 하이톡(우리 반 학생 학부모 소통 앱)이 연달아 울렸다.

쏟아지는 문자 세례.

우리 반 금쪽이 1호다.

격앙된 메시지였다.

내일 친구 **를 패겠다, 그냥 끝내겠다…. 욕설까지 들어가 있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잠시 뒤 금쪽이 어머니께서도 문자를 보내셨다.

통화하고 싶다고.

회의를 하다 말고 나왔다.

교실에 잠시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학기 초부터 끊임없이 트러블이 생기고 있는 금쪽이.

오늘은 기어코...

생기부를 열고 지난 학년 행동 발달 상황을 읽어봤다.

행간 속에 교묘하게 숨긴 선생님들의 고뇌.

작년 담임 이름을 확인하고 교실 전화를 눌렀다.

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하고야 만다.

긴 통화.

기다렸다는 듯 금쪽이와 보낸 시간을 쏟아내는 선생님.

금쪽이는 끊임없는 문제 행동으로 2학기엔 친구들이 거의 상대를 안 해줬단다. 그럴수록 금쪽이의 분노도 커져 친구를 더 괴롭혔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나빠져 힘든 1년이었다고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작년 선생님께서는 내게 죄송하다고 하셨다.

“아니에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예쁜 아이들 보며 힐링하세요.”


금쪽이는 예쁜 구석이 많은 아이다.

꼬마 선생님 역할 땐 젤리를 왕창 사서 뿌리고, 비싼 짝꿍 앉기 쿠폰도 선뜻 사고, 초코첵 마켓을 운영하며 인심도 팍팍 쓴다. 늘 먼저 인사하고 선생님이 최고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오늘도 교과선생님께 받은 과자꾸러미를 몽땅 내게 줬다. 버럭 화를 내고서는 그게 힘들어서 먼저 다가가 화해 하고, 교과 선생님께 대들었다가 백배사죄하고…. 크고 작은 사건 속에서 잘 지내려는 몸부림, 친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읽었다. 감정이 널을 뛰어 욱하는 마음으로 일은 저질렀지만 그게 또 감당이 안 돼 막 나가는 말을 수시로 했다. 금쪽이가 지금 보낸 문자가 어쩌면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교과시간에 상품으로 받은 이 맛있는 걸 금쪽이는 내게 다 줬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일단 금쪽이를 지금 학교로 보내라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단숨에 달려왔다.

“우리 금쪽이, 왜 그렇게 화가 났어?”

“...”

“대박이야. 선생님한테 보낸 문자에 욕도 있고.”

“열받아서요.”

“음. 제자한테 욕설을 듣긴 처음이야.”

“선생님께 한 건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네가 뭣 때문에 그렇게 열받고 흥분했는지 얘기하기 전 요건 짚고 가자. 마음을 전달할 땐 형식도 되게 중요해. 화난다고 소리 지르고 욕하면 아무리 옳은 말도 듣고 싶지 않거든. 선생님도 그랬어. 학기 초부터 선생님과 학생의 선은 지키자고 했지?”

“네...”

“앞으론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땐 예의를 지켜서 하자.”

“네.”

“그래. 이제 뭣 때문에 그렇게 화나고 속상했는지 얘기해 봐.”

“**이 말과 행동이 짜증 나고 열받아서 죽겠어요. 주절주절 주절주절…. 그래서 내일 한 대 패고 끝낼래요.”

“그래?... 음...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눈이 똥그래지는 금쪽이.

“시원하게 ** 한 대 팼다고 치차. 한 대 맞은 **이가 아이고, 내가 금쪽이에게 잘못했구나 하고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까? ”

대답이 없다.

욱 해서 하고 싶은대로 하면 너 마음도 편해져? 일도 깔끔히 해결되고? ”

“아뇨. 일 커져요.”

금쪽이가 한숨을 쉰다.

“그럼 **이랑 영원히 말 안 할래요.”

“그래. 말 안 하고 싶다면 안 해도 돼.”

“자꾸 깐족거리고 말로 약 올려서 미치겠어요.”

“요즘 ##이랑은 말하니?”

“안 해요.”

“##랑 말 안 하고 이제 **이랑도 말 안 하겠구나.”

“.....”

“한 명이 두 명 되고 두 명이 세 명 되다가 금쪽이가 대부분의 친구랑 멀어질까 봐 선생님은 걱정돼.”

아픈 구석을 좀 찔렀다.

우리 반 한 달 학급 살이 설문지 얘기를 꺼내며 친구들이 금쪽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줬다. 엄청나게 노력한다, 좋아졌다, 5학년 때와 달라졌다 등등의 얘기…. 그리고 문제는 늘 생기기 마련이고 우린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크는 거라고. 힘든 일도 싹둑싹둑 자르기보다는 얽힌 차분히 실타래를 풀어내면 된다고. 그 몫은 금쪽이 거지만 선생님이 조금 도와주겠다는 말…. 옛날 가르쳤던 제자 이야기까지 들먹이며 일장 훈시를 했다.

“내일 **한테 네가 열받고 화났던 얘기를 ‘행감바’ 해볼래?”

고개를 끄덕인다. 미리 연습까지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가 너무 걱정하고 계시니 안심시켜 드리라고 했다. 씩씩 거리던 금쪽이가 조금 감정이 가라앉은 듯하다.

금쪽이가 나가면서 그런다.

“선생님, 내일 우리 지우개로 도장 파요?”

“응. 어떻게 알았지?”

“교탁 위에 준비물 있어서요. 거기에 제 문양 넣어도 돼요?”

“그럼.”


금쪽이는 올해 내 사랑과 관심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할 것 같다. 가슴 철렁하고 한숨 쉴 날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고 싶다. 금쪽이가 친구들과 얼마나 간절히 잘 지내고 싶어 하는지 말이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치며 기다려 주기, 그게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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