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창작을 시작하며 배운 저작권

AI 그리고 감정으로 지은 나의 이야기

by 리즈임은미

AI와 감정으로 만든 첫 전시 그리고 나의 기록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저작권’이라는 말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참고하고, 인용하고, 사용하는 일에 큰 거리낌이 없었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내가 쓴다고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예순을 넘긴 나이에 그림책을 만들고 디지털 아트 전시회를 준비하고 오랜 세월 마음속에 간직해 온 이야기들을 글로 써서 세상에 내보내겠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가 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그림책 작가, 디지털 아트 작가가 된다는 것

특히 Midjourney라는 AI 도구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기 시작하면서 저작권에 대한 고민은 더욱 많아졌다. 나는 내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삶의 조각들로 그림의 방향을 잡고 구도와 분위기를 정했다. 손으로 직접 그리진 않았지만 그 장면들은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누구의 창작물일까? 내가 저작권자인가 아니면 도구를 사용하는 사용자일 뿐일까?

아마존에 내 첫 그림책 <A Note from Dad>를 출간하려고 준비하면서 나는 저작권 관련 가이드를 수없이 읽었다. AI 사용 여부, 그림의 출처, 텍스트의 순수 창작 여부까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과정은 창작을 넘어 법과 윤리의 경계선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책과 전시회에서 AI 도구 'Midjourney'를 사용했음을 명확히 밝혔고 텍스트는 순수 창작물임을 분명히 했다. 창작자는 자기 작품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창작물 또한 정직하게 대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이 바로 저작권이고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진짜 질문

얼마 전에 나는 첫 디지털 아트 개인전을 열었다.
글로 담아낸 감정을 이번 전시에선 시각적으로 새롭게 해석해 담았고 그 작품들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우리네 삶의 파도를 ‘바다’라는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들 앞에서 많은 이들이 서서 오래 머물렀다.

“이 그림, 정말 선생님이 그리신 거예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건 제 이야기입니다. 손은 AI에게 빌렸지만 그림 안의 감정은 모두 제 것이에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크게 공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기계가 그렸어도 내가 감정을 담았다면 그것은 분명 나의 창작물이다. 하지만 그 창작물이 ‘나의 것’이라 주장하기 위해선 그 진심만큼 정확한 출처와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이 아니라 창작의 ‘기준’이다

저작권은 이제 나에게 선택이 아닌 기준이 되었다.
그것은 내가 만든 것을 지키는 동시에 타인의 창작을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이자 약속이다.

Midjourney의 이미지 생성 조건, 아마존 출판 플랫폼의 저작권 체크 리스트, 브런치 플랫폼의 창작물 유통 정책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나는 비로소 좋은 창작은 단순히 감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법으로 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창작자가 무지로 인해 남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저작권을 알지 못해도 처벌받고 지키지 않으면 배척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는 작가의 이름에 남는다.


누군가의 창작을 지켜주는 힘이 되길 바라며

나처럼 인생 후반에 창작의 길로 들어선 이들에게 저작권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세대다. 우리는 느리지만 더 깊게 배운다. 그래서 더 괜찮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배움의 과정을 나누고 싶다.
특히 나처럼 늦깎이 창작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감정 만으로 내 것이 될 수 없고 지식이 없으면 진심도 보호받을 수 없다. 저작권을 알아야 내 이야기를 지킬 수 있고 남의 이야기를 빌릴 땐 반드시 허락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시대의 창작자로서 세상에 줄 수 있는 신뢰의 방식이다.

(이 글은 브런치 X저작권위원회 산문 부문 공모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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