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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곰 Jul 27. 2023

도망치는 것도 능력이다

순례길을 걷게 된 평범한 이유

내게 번아웃이 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대학교 2년 이후 군대를 갔다가 휴식 없이 복학하고 아무런 탈 없이 평범하게 졸업을 하고 취업도 쉬지 않고 바로 했었다. 내 능률은 쉴 새 없이 밀어붙여야 성장한다고 알고 살아왔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18개의 공모전 수상하고 1개의 국제공모전과 1개의 국내공모전에서 큰 금액과 제품 생산 지원도 받았다. 나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인스타툰을 시작했었다. 나 이렇게 바쁜 사람이었고,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요 다들 나를 봐주세요 말하고 싶었다. 내가 평소에는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내 경험들을 말하고 싶었고 공감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만족감들이었지 내면의 니즈는 충족시킬 수 없었다. 사실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보단 열심히 했어 좀 쉬어를 말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항상 쉬고는 싶었다. 5일 일하고 주말에 쉬는 게 아닌 정말로 나 자신을 위해 쉬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어가 넘치는 이곳에서는 쉴 수 없었다. 어딜 가나 무엇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어플, 한국어만 사용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잘 수 있는 숙박업체들 이런 곳에서 나는 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어디 산에 가서 쉬어야 하나? 생각도 했었으며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 순간 유튜브에 순례길이 알고리즘으로 떠올랐다.




3년 전에도 순례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 마음이 이렇게 조급하게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 않아서 한편에 고이 접어 두었는데 내 상태가 아리송할 때 알고리즘을 통해 나오는 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저기라면 제대로 쉴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쉴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행선지를 정하기도 하고 한국어가 없으니 모든 것에 도전할 수밖에 없어라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보면 그게 쉬는 거냐 물어보지만 내 삶을 내가 직접 살아보니 이렇게 하는 게 나에게 쉬는 거더라 느낄 수 있었다.


남들에게 거창하게 삶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걷고 싶다고, 걷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 순례길에서 누군가 물어봐도 걷고 싶어서 왔다고 이야기해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나 자신과 합의를 보자 우리는 항상 그래왔잖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오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순례길은 너랑 나랑 대화하러 가기 좋은 장소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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