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2년 이후 군대를 갔다가 휴식 없이 복학 후 평범하게 졸업을 하고 취업도 쉬지 않고 바로 했었다. 내 능률은 쉴 새 없이 밀어붙여야 성장한다고 알고 살아왔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18개의 공모전을 수상하고 1개의 국제공모전과 1개의 국내공모전에서 큰 금액과 제품 생산 지원도 받았다. 나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때 인스타툰을 시작했는데 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요 다들 나를 봐주세요 말하고 싶었다. 내가 평소에는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내 경험들을 말하고 싶었고 내 삶을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기보단 "열심히 했어 좀 쉬어"를 듣고 싶은 바보가 외치는 메아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번아웃이 오기 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어가 넘치는 이곳에서는 그러지 못했는데 어딜 가나 너무 익숙한 간판, 정보, 어플들이 있었고 누군가 옆에서 떠든다면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한국어 정보들로 인해 내 뇌는 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일을 해야 했다 돈이 없었고 커리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면의 소리를 방치하기 시작했고 번아웃으로 마음이 부서지고 나서야 쉬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으며 내 부서진 외양간은 고쳐질까를 심히 걱정했다.
5년 전 순례길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 마음이 이렇게 조급하게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 않아서 한편에 고이 접어 두었는데 내 상태가 아리송할 때 머릿속에서 문득 그 길이 떠오르는 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거기라면 제대로 쉴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쉴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행선지를 정하기도 하고 한국어가 없으니 뇌가 받는 스트레스도 덜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보면 그게 쉬는 거냐 물어보지만 내 삶을 내가 직접 살아보니 이렇게 하는 게 나에게 쉬는 거더라 느낄 수 있었다.
남들에게 거창하게 삶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걷고 싶다고, 걷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 보자 순례길에서 누군가 물어봐도 걷고 싶어서 왔다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나 자신과 합의를 보자 우리는 항상 그래왔잖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오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순례길은 너랑 나랑 대화하러 가기 좋은 장소인 거야 마음은 고쳐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