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좋은 방에서 쉬니 괜찮아진 게 참 우스웠다. 로비에 내려가 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가던 찰나에 로비에서 체크인을 도와준 호텔 직원분이 인당 20달러를 내면 6시간 동안 관광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겠다고 말했었다.
당시 나, 한국인 순례자 여성분, 일본인 여성분 셋이 있었는데 생각이 있다면 14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직원분이 가고 셋이 약간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런 것을 안 좋아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모험심보다는 안정감을 추구했으며 20달러는 에티오피아 물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관광을 하는데 20만 원을 부른 수준이랄까.. 나 혼자 있었다면 당장 아니요라고 말했겠지만 같이 있던 한국인 여성분은 모험심이 강했었다.
"저는 가볼래요 조곰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한국인 여성분이 고민 없이 선택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지금까지 삶을 못 즐겨왔다고 생각이 들면서 여기가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 삶에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이더니 괜한 오기가 생겨 말했었다.
"좋아요 가죠"
라고 말해버렸다. 우리의 선택이 정해지자 같이 있던 일본인 여성분은 고민하다 본인도 같이 가겠다고 결정이 되어 14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관광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 잠들어버리면 못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있다가 13시 50분에 로비로 내려갔다. 직원은 우리를 위한 관광가이드가 오고 있으니 5분만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했는데 10분 뒤 다시 그는 5분을 기다려달라 말했고 15분 뒤 곧 다 왔다며 마지막 5분을 기다려달라고 했다. 총 30분을 기다리면서 일본인 여성 '노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5분은 5분이 아니야"
같이 약간의 불평을 하는 와중에 엄청 낡고 심지어 페인트칠도 벗겨진 마티즈 한대가 호텔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오늘 관광을 책임질 차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성은 저 차량이 아니길 내심 빌었는데 그럼 그렇지 우리가 타고 갈 차량이란다. 반갑게 인사하는 그의 얼굴에 불만을 표할 수 없으니 웃으면서 올라탔었다.
그가 말한 우리의 일정은
1.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
2.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공원
3. 홀리트리니티 대성당
4. 일본인 노리가 가고 싶어 했던 토모가 커피집
첫 번째 일정으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와 우박이 쏟아졌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날씨를 구경한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우리의 일정은 전부 야외이기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나로선 큰 마음을 먹고 선택한 건데 이런 식으로 계획이 꼬이니 마음속에서는 '그냥 쉬지'라는 생각이 요동치며 후회하고 있었는데 노리가 물어봤었다.
"어떻게 할래? 지금 호텔로 돌아가도 괜찮고 조금 기다려봐도 괜찮아"
떨어지는 우박 소리를 들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