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기다림

by 조예원
비오는 날 조예원 작



비 오는 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늘 비를 맞거나, 친구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우산은 늘 준비되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교실 현관 앞은 우산을 든 어른들로 북적였다.

친구들은

비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는 엄마 품에 안기듯 돌아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괜히 가방 끈을 고쳐 메곤 했다.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은 없었고,

젖은 운동화 속에 스며드는 물기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젖게 했다.


친구 엄마가 우산을 씌워줄 때면

“같이 가자”는 말이 반가우면서도 미안했다.

나는 늘 누군가의 우산 아래에

살짝 몸을 기대고 걷는 아이였다.


빗소리는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세상과 나 사이를 더 멀게 만드는 소리처럼 들렸다.

우산 하나 없는 아이의 마음은

참 쉽게 젖고,

참 오래 마르지 않았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때의 냄새와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누군가 기다려주는 현관이 없던

그 비 오는 날의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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