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비 오는 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늘 비를 맞거나, 친구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우산은 늘 준비되지 않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교실 현관 앞은 우산을 든 어른들로 북적였다.
친구들은
비 맞지 않게 우산을 씌워주는 엄마 품에 안기듯 돌아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괜히 가방 끈을 고쳐 메곤 했다.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은 없었고,
젖은 운동화 속에 스며드는 물기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젖게 했다.
친구 엄마가 우산을 씌워줄 때면
“같이 가자”는 말이 반가우면서도 미안했다.
나는 늘 누군가의 우산 아래에
살짝 몸을 기대고 걷는 아이였다.
빗소리는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세상과 나 사이를 더 멀게 만드는 소리처럼 들렸다.
우산 하나 없는 아이의 마음은
참 쉽게 젖고,
참 오래 마르지 않았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때의 냄새와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누군가 기다려주는 현관이 없던
그 비 오는 날의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