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
파랑 저고리
엄마는 늘 말이 없었다.
따뜻한 말을 건네는 법도,
부드러운 손길을 주는 법도
몰랐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해 운동회 날,
나는 엄마를 멀리서 보고
숨을 멈췄다.
햇살을 머금은 연파랑 저고리를 입고
엄마가 운동장에 서 계셨다.
늘 검은 옷, 무채색 앞치마만 입던 엄마가
그날따라 바람에 하늘거리는
연한 파란빛 저고리를 입고 오셨다.
그 모습이
운동장 하늘보다 더 환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예뻤다.
엄마는 커다란 보자기를 풀어
김밥과 알밤 고구마를 꺼내셨다.
말은 없었지만
그 음식들 사이에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김밥의 맛보다
엄마의 곁에 있다는 그 순간이
훨씬 따뜻했다.
그날 이후로도
엄마는 다시 말이 많아지지 않았고,
다정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연파랑 저고리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차갑기만 했던 엄마의 모습 속에도
숨은 따뜻함이 있었다는 걸
그날, 나는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