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따뜻함이 사라진 공간에서
우리 집은 늘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평온이 아니라,
무언의 긴장과 눌린 감정이 가득한 침묵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집,
그리고 늘 지친 얼굴로 바삐 움직이는 엄마.
사람의 온기보다
무채색 그릇, 닳은 마룻바닥,
하숙 선생님들의 발자국 소리가 먼저 떠오르는 집이었다.
아침이면
엄마는 말없이 부엌에 들어가
밥을 지었다.
나는 눈치로 엄마의 기분을 살폈고,
말을 아꼈다.
내가 무얼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기에
말이 필요 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방 안은 늘 차가웠다.
햇살이 들어와도,
사람들이 있어도,
그 공간에는 정서적 온기가 없었다.
하숙을 치르던 엄마는
매일 바삐 움직이며 수고했지만,
그 수고가 ‘따뜻함’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일은 쌓였고, 마음은 멀어졌다.
웃음도, 다정한 눈빛도,
무릎 위에 안겨 있던 기억도 없이
나는 그 공간에서 자랐다.
방은 따뜻했을지 몰라도,
그 안의 공기는 늘 스산했다.
시간이 흘러도
그 공간의 온도는 내 안에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
문득 집 안이 조용해지면
그때의 공기가 스며든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따뜻함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