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존재, 그 빈자리의 시재
제1장. 아버지가 없는 집
나는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너무 어렸기에 장례식도, 마지막 인사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의 삶에서 너무 일찍 지워졌다는 사실만
아주 오래된 빈칸처럼 남아 있다.
나에게 남은 아버지의 흔적은 단 두 가지.
손으로 직접 엮었다는 빗자루 하나,
그리고 한 번 머리를 쓰다듬던 따뜻했던 손길 하나.
그 기억이 진짜였는지, 어른이 되어 상상 속에서 만든 장면이었는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빗자루를 볼 때마다
나는 ‘나에게도 아버지가 있었구나’ 하고
조용히 되뇌곤 했다.
우리 집은 그때부터 ‘아버지가 없는 집’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재는
슬픔보다 더 무거운 이름이 되었다.
엄마는 삶을 감당하느라 바빴고,
네 남매는 서로를 보살피기보다
각자의 결핍을 견디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나는, 사랑보다는 책임을 먼저 배우고
기대기보다는 견디는 법을 먼저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