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 존재 그 빈자리의 시작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버지가 없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장례식 장면도, 마지막 인사도, 따뜻한 품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아주 어릴 적,
아버지가 내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던 순간이 있었다.
그 감촉은 너무 짧아서
현실이었는지, 나중에 스스로 만들어낸 위로였는지
지금도 분간할 수 없다.
또 하나, 집 마당 한쪽에 놓여 있던
오래된 빗자루.
엄마는 가끔 그것을 가리키며
“저건 네 아버지가 직접 만든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빗자루를 오래 바라보곤 했다.
그 순간,
‘내게도 아버지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문득 올라왔다.
그렇게 내 어린 시절은
'있었지만 없는 사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사라진 존재는
남겨진 우리 가족 안에
빈자리로 남았다.
그 빈자리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했고
아무도 그 안을 채우지 못했다.
나는 어린 나이에
말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고,
감정 대신 조용함을 선택했다.
아버지를 부르지 못했고,
엄마에게 기대지 못했으며,
형제들에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무너지는 법을 배웠다.
이것이
사라진 존재가 남긴,
나의 가장 깊은 빈자리의 시작이었다.
아버지의 부재 조예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