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오해들

by Lee Sang Hoon

오랜만에 한국 주식시장에 봄이 왔다. 코스피 지수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 진입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자연히 대중매체에는 주식시장에 대한 콘텐츠가 크게 늘었다. 유튜브에서도 수많은 전문가가 주식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이런저런 다양한 미디어에서 주식에 관한 내용을 읽고 듣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이다. 나는 대형 외국 투자기관인 Fidelity와 Prudential에서 오랜 세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생활을 했다. 즉 나와 나의 동료들이 바로 그 외국인 투자자들인 셈이다. 여기서 이들의 '정체'에 관해 몇 가지를 나누었으면 한다.


외국 투자자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외국인 투자자를 하나의 동질적인 그룹으로 보는 경향이다. 이는 다분히 증권거래소나 국내 증권사의 투자 주체를 분류하는 방법에 기인한다. 이들 기관의 시장리포트를 보면 투자 주체를 크게 개인, 국내 기관, 외국인 투자자로 나누어 순매수 또는 순매도 금액을 발표한다. 물론 개별 종목에 관한 주체별 매매 정보도 제공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큰 금액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날에는 이들 그룹 전체가 한국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태세 전환한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외국인 투자자는 그 수도 매우 많고 서로 이질적이다. 크게 보면, 전통적인 액티브 투자자인 롱온리 펀드, 단기 수익과 높은 회전율을 자랑하는 헤지펀드,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간의 동질성은 별로 없다. 가장 근본적으로 이들의 투자 스타일과 프로세스는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비슷한 투자 패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가 없다. 심지어 같은 투자회사 내에서도 펀드 간 매매 패턴이 반대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같은 투자회사 내 가치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가 있는 경우, 동일한 종목에 대해 매수와 매도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왜 최근에 외국인 그룹이 순매도하고 개인투자자는 이를 받아주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가? 이는 롱온리펀드들의 투자 프로세스와 연관되어 있다. 한국에 많이 투자하는 외국인은 주로 아시아 지역펀드와 세계 신흥시장 펀드들이다. 이들에게 한국시장은 벤치마크 지수(주로 MSCI Index) 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지수 대비 한국시장의 포지션이 너무 커지거나 너무 작아지는 것을 항상 경계한다. 대부분의 대형 롱온리펀드들은 이들에 대한 규칙이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한국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한 상황에서는 포지션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대형 롱온리펀드들은 개별 종목의 펀드멘털분석에 매우 엄격하다. 철저한 기업 분석과 밸류에이션을 통해 목표가격을 설정한다. 따라서 특정 종목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매도하거나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이다. 반면에 헤지펀드들의 프로세스는 다르다. 이들은 비교적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므로 매수와 매도가 훨씬 더 활발하다. 하지만 이들은 사이즈도 작고 벤치마크지수에 대한 민감도도 낮기 때문에 대형주나 시장 전체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블랙록이나 뱅가드 같은 인덱스펀드나 ETF에 집중하는 패시브 펀드는 단순히 지수만 추종한다. 이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오로지 이 펀드들에 대한 자금 유출입을 통해서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흔한 오해는 모건스탠리나 골드만 삭스 같은 외국 투자은행 (보통 Sellside 라 부른다) 과 외국 투자자 (buyside) 의 관계이다. 가끔 다음과 같은 기사나 코멘트를 본다. "A 투자은행의 매도 보고서 때문에 B 종목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집중되었다." 혹은 "C 투자은행이 매도포지션을 미리 잡은 후 매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두 집단 간의 관계는 그리 긴밀하지 않다.


대부분의 대형 롱온리펀드들은 자체 리서치 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의 추천과 보고서를 단지 '참고'만 한다. 그들의 추천을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리서치 인력이 약한 헤지펀드나 소형 롱온리펀드들은 좀 더 sellside에 의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장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투자은행의 자체 운용 부문 (prop desk라 부른다)와 고객 담당 리서치 애널리스트간에는 엄격한 방화벽 (firewall)이 있기 때문에 종목 보고서 발행 전 선행매매 (front running)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왜 가끔 특정 종목의 주가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크게 출렁대는 것을 보는가? 이는 유명세가 있는 애널리스트나 투자은행이 시장 컨센서스에 반하는 리포트를 내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이에 반하는 리포트가 나오면 자연히 많은 시선을 끌게 된다. 특별히 이들 종목이 심한 고평가나 저평가 영역에 있는 경우 시장 컨센서스에 반하는 의견이 나오면 투자자들, 특히 헤지펀드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극단적인 고평가나 저평가 상황에서 매도나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은 특정 종목이나 산업의 극단적이 고평가나 저평가가 근본 원인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큰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이는 당연하다. 예를 들어 A 종목을 열 명의 애널리스트가 커버한다고 가정하자. 이 중 9명은 매수 추천을 하고 단지 1명만 매도 추천을 하고 있다. 만약 이 종목의 주가가 크게 빠진다면 1명은 영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추천을 잘못한 9명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검증된 애널리스트들의 풀 (pool)은 좁아서 그들이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경우 매도 추천을 한 1명의 애널리스트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실수가 몇 번 반복되면 그는 직장을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컨센서스의 일부가 되길 원하지, 그것에 반하는 것을 회피하려 한다. 특별히 한국과 인디아 시장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은 매수 추천 성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평균적으로 거의 80%의 추천이 매수이다. 중립과 매도 추천은 아주 드물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의 추천을 그냥 참고만 하는 것이다


최근 같이 외국 투자자의 순매도가 급증하는 경우 일반투자자는 한번 고민할 필요는 있다. 수많은 이질적인 투자자인 그들이 왜 한꺼번에 비슷한 방향의 매매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음모론은 없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투자 프로세스를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즉 목표가가 달성된 종목은 매도하고 다른 시장에 있는 저평가된 종목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급등한 한국시장에 너무 높은 포지션을 가지기를 경계할 뿐이다.


물론 그들의 목표가와 매도 결정이 틀릴 수 있다. 시장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