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시코이 Sep 06. 2023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내가 40중반이 될 동안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내가 유치원을 다니고 있을 때였던것 같다. 

우리 형제는 2남2녀였는데 그날은 운동회날이였던걸로 기억이 난다. 언니 오빠들이 몇 학년이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각 반마다 달리기 대회가 있었고 언니 오빠는 그다지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못했던걸로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운동회에 참석했지만 오빠의 달리기 결승전을 관람하고 우리 가족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엄마는 직감을 했다. 자신이 기대하는 아들이 달리기 결승전에서 3등안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집으로 가버린 것이다.

아직까지 언니와 작은 오빠의 경기가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랬다 아버지는 늘 자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렇다가 그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서 자신이 뭔가를 함께 한적은 없다. 늘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 했고. 자식들의 결과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들을 잡곤 했다. 그 사이에 있던 엄마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운동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엄마는 우리에게 짜장면을 사주셨다. 그 시절에는 짜장면은 운동회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문방구에 들려서 공책을 샀다. 그 공책은 언니와 작은 오빠가 달리기 결승전에서 3등안에 들었다는걸 증명하기 위한 상품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아버지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나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나의 어린시절은 아버지로 인해 많이 불행했고 지금도 그 아버지로 인해 가끔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할때가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이 답답함의 고리는 아버지가 죽어야 끝날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