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갑자기 걸려 온 전화

by 저녁이 있는 삶

백수였다. 내일을 꿈꾸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낮에는 늦게 일어났고, 밤에는 늦게까지 놀았다. 다들 집에 가질 않았다. 우리 집에서 함께 숙식했다. 밥 먹을 돈은 없었지만 술 마실 돈은 있었다. PC방에 가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PC방에서 재떨이 하나 놓고 연신 고함을 질렀다. 서로에게 핀잔을 주며 수십개의 담배를 피웠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짜장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냈다. 그렇게 친구들과 아무 생각없이 살던 중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난생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다. 일단 안 받았다. 평소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 습관이 있다.


다섯 번 정도 전화가 걸려왔다.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집중하라는 욕까지 들었더니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오기가 들었다. 짜증 섞인 말투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어떤 여성분이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시는 분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보험이나 물건을 파시는 분으로 생각이 들었다. “네네”하고 전화를 끊었다. 또 전화가 걸려왔다. 게임은 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누굽니까?”


“아 죄송한데, OOO씨 아니세요?”

“맞는데요. 그러니깐 누구시냐구요?”

“여기 국회 OOO의원실 인데요? 인턴 지원하셨죠”

순간 앞서 십여분간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멍해졌다.

말투가 달라졌고, 자세도 달라졌다.

앞에 있지 않은데, 허리가 숙여졌다.

본적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인데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 네, 맞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출하신 서류가 1차 합격되셨습니다”


사실 아무 기대를 하지 않고 제출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써봤다.

이력서는 내 마음대로 인터넷상에 있는 샘플에 채워 넣었다.

그런데 합격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제가 왜 합격했을까요?”

“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OO일 OO시까지 국회의원회관 7세미나실로 오세요”

“무엇을 하나요?”

“면접 보셔야죠. 2차 면접입니다”

슬슬 전화주신 분 목소리에서 짜증이 섞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한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많이 들어 본 경상도 사투리였다.

그래도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매우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아 죄송한데, 드레스코드는 어떻게 됩니까?”

“뭐요? 드레스 뭐요?”

나는 외국에 오래 살다 왔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옷을 어떻게 입냐는 질문이었다.

외국에서는 그럴 때 드레스코드라고 이야기한다.

“아아 네, 그 뭐냐 의상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후....그 양복 입고 와요”

“네, 알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뚝”

망했다. 정말 망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담배를 얼마나 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친구들은 밖으로 나왔다.

앞 뒤 사정도 모른채 욕부터 하기 시작했다.

“일단 소맥하러 가자”


친구 놈들은 아무런 설명없이 소주를 마시러 가자는 내 뒤통수에 욕만 했다.


“야 나 1차 서류 합격했단다”

당시 자리에 나를 제외하고 4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매일 같이 술만 마시고 게임만 하던 녀석이 거짓말 한다고 생각했는지,

한 명씩 심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미친놈아, 네가 뭔 서류를 합격해?”

그렇게 욕만 하던 놈들 중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한 녀석이 갑자기 물어봤다.

“알바 좋은데 걸렸냐?”

나는 곧바로 엄청 큰 회사라고 답변했다.

친구들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아니냐고 놀렸다.

“야 국회에서 전화왔어. 면접 보라는데?”

친구들은 나에게 술을 뿌렸다.

돌아이라고 놀렸고,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

난 걸려 온 전화 번호를 보여줬다.

친구들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 검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떤 놈이 전화를 걸었다.

“네, OOO의원실입니다.”


친구 녀석들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