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by 저녁이 있는 삶

예정된 면접 시간은 10시,

나는 정장 하나를 친구에게 빌려 택시를 탔다.


9시에 도착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경찰들이 어디서 오셨냐고 출입을 막는다.


"인턴 면접 보러 왔는데요"


자기들끼리 몇 마디 주고 받더니,

들어가라고 한다.


국회의원회관 2소회의실은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드넓은 대지에 거대한 건물들 사이에서

따뜻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말을 걸 수조차 없는 삭막함,

연거푸 담배 연기를 뿜어 내는 정장 차림의 남성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약 30분을 헤매다 국회의원회관 입구에서

방문신청서를 작성하고 소지품을 보안 검색대에 올려 놓았다.


방문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또 묻는다 "어디 찾아 오셨고, 왜 오셨어요?"


"인턴 면접..."


한참을 전화로 확인을 하더니 무궁화 위에

숫자가 적힌 코팅된 종이 하나를 주고 들어가라고 한다.


밖에서 본 국회의원회관 규모보다 내부를 살짝 초라했다.

아주 오래된 건물 같았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층 로비부터 담배 냄새가 상당했다.

분명 건물 곳곳에는 금연이라는 스티커가 있었고,

외부에 흡연장이 있었음에도 바로 옆에서 누군가 담배를 태우는 것 같았다.


또 다시 한참을 헤메다 겨우 면접 장소를 찾았다.

건물 내부에 친절한 안내표시판은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 9시 55분, 면접 5분 전까지 기다렸다.

이상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명의 여성이 나타났다.


"인턴 면접 오셨어요?"

경상도 지역의 강한 사투리로 웃음 하나 없이 한 여성이 묻는다.

긴장했다.


면접 시간인 10시가 넘어 남성 2명이 왔다.


"들어 오세요"


내가 제출한 서류를 살펴 보더니,

상당히 답변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갑자기 들어 온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면접관들 얼굴만 쳐다봤다.


"뭐라고 생각하시냐구요?"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여성 분께서 되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서 위를 내려다 볼 수 있게, 아래로 내려 갈 수 있는 의지"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들은 어디서 읽거나 배운 말이냐고 했다.


아니었다.

평상시 정치라는 단어 자체를 워낙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뜻을 제대로 몰랐다.

그냥 부정적인 단어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싫어했던 정치를 비꼬아서 표현했던 것이다.

나도 지금 왜 그때 그렇게 이야기 한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정말 국민들이 사랑하는 정치, 정치인은

저런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정치인들은 나에게 면접 장소와 시간을 약속했지만,

그곳에 가는 길에 대해서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 시간조차 지키지 않았다.

소통이 되지 않자 호통을 치며 되 물었다.


그때 느꼈다.

대한민국 정치는 참 후지다.


그리고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은 경험해 보고 싶은 직장이었다.


상당히 건방졌지만,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면접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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