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삶는다.
진한 숙취가 음식을 갈구했다.
동네 실내 포장마차에서
군대 이야기, 중학생 시절 이야기로 새벽까지 마셨다.
20대 중반 남성들은 자기 미래에 대한
계획도 불안감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다리 하나를 쇼파에 걸치고 자는 놈,
속옷 하나만 걸치고 방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
세상 걱정없이 자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세상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을 섞어 가며 놈팽이들을 깨운다.
거의 좀비처럼 기어 오다 라면은 뒤로 한 채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콜라들을 들이킨다.
아이스크림을 찾고, 달달한 쥬스는 없냐고 성질을 부린다.
라면은 뒤로 한채 어제 저녁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렇게 한 두시간을 떠들고,
오늘은 어디서 술을 마실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국회 면접을 봤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인생의 첫 취업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친구 놈들도 국회 구경은 잘 하고 왔냐는 반응이었다.
사실 술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오후 3시,
친구들과 거실에 모여 에어컨을 켜고 이불을 폈다.
집 전화 벨이 울렸다.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 벨소리에 다들 놀래 신경질을 부린다.
전화 받기가 너무 귀찮았다.
친구에게 대신 전화 좀 받으라고 했다.
"여보세요"
친구는 수화기를 한참동안 들고 있다가
"잠시만요. 저 여기 친구 집 전화 대신 받았는데요"
"야, 국회라는데?"
나는 얼른 수화기를 뺏어 들었다.
"여보세요?"
면접 당시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여성 분이었다.
"아니, 왜 전화를 그렇게 안 받아요?"
역시나 성질부터 내는 이 여성,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핸드폰을 안 보고 있었습니다"
"뭐 그래요. 암튼 최종 합격됐으니, 출근하세요. 언제 나올 수 있어요?"
기분이 나쁘지도 아주 좋은 것도 아닌 멍한 상태였다.
일단 친구들과 함께 노는 그 시간들이 너무 재밌었다.
바로 출근하기 싫었다.
"아 제가, 좀 일이 있어서 언제 출근해야 합니까?"
"내일부터 나오세요"
역시 일방적이었다.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 그건 좀 어렵습니다. 내일이면 수요일인데, 다음주 월요일 안 될까요?"
"아니 무슨 회사가 장난이에요? 안 되요. 그럼 하루 드릴테니깐 목요일부터 나오세요"
"네.."
"그럼 목요일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만약 못 나오면 미리 연락해요. 전화 좀 받구요"
"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분명 인턴이기는 하지만 취업에 성공했다.
그런데 감흥이 없었다.
가면 안 되는 곳 같았다.
수화기를 내려 놓고 뒤를 돌았을때, 친구 놈들은 궁금증에 찬 눈망울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뭔데? 합격이야?"
"목요일부터 나오라네"
"지랄, 구라치지 말고, 네 뭐 잘 못 했나?"
"아니, 그냥 무조건 나오라고 한다"
나의 떨떠름한 반응에 친구 놈들은 내 눈치를 본다.
내가 담배를 물자, 친구 놈들도 담배 한 개비씩 입에 문다.
초등학생 시절 롯데월드에서
부모님이 강제로 바이킹과 후룸라이드를 태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어도 타기 싫다고 해도
아버지가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해서 태웠던 악몽같은 기억.
첫 출근이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