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키블라인더스는 1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전쟁의 언어를 이용해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긴 이야기의 시작은 인물소개로 시작된다.
스몰히스의 젖은 흙은 석탄에서 나온 가루와 그을음이 쌓여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 그을음 위를 걸어가는 검은 말과 그 위에 올라탄 검은 옷의 한 남자.
토마스 셸비는 노동자들의 도시 스몰히스와 같은 색으로 등장한다.
참전용사이자 스몰히스의 질서를 쥐고 있는 그는
전쟁 중 집안여성들의 도박사업으로 기반이 세워진 셸비가문의 차남이다.
토마스에게 장남인 아서셸비는 경쟁대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아서라는 화염 아래에서 굴을 파내듯 비밀의 통로를 만들어 활동한다.
그 비밀의 공간에서 토마스는 자신의 검은색을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런 토마스가 스몰히스의 심장과 같은 술집 '개리슨'에 들어선다.
그곳에 먼저 앉아있던 전우이자 사회주의자 '프레디 쏜'은
타들어가는 도화선처럼 토마스를 괴롭히고,
그 와중에 문을 박차며 들어오는 또 한 명의 전우 '대니'는
토마스의 눈앞에서 참호에 떨어지는 포탄처럼 폭발하려 한다.
하지만 유리잔이 깨지며 물러서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미 전장의 언어가 몸에 밴 토마스와 쏜은
폭발하려는 대니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진정하라며 연기와 진흙을 그만 떨쳐내라는 토마스의 말은
더 이상 병사로 남지 못하는 대니에게만 향한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것이 아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전장을 삶에 끌어들였다.
또 다른 한 인물이 터널을 나와 빠르게 지나간다.
그가 올라탄 철제의 마차는 연기를 뿜으며
그 터널 안에 자욱한 무엇을 남기고,
바꿀 수 없는 앞을 향해 연기 속을 직선으로 내달린다.
그 안에는 스몰히스에 새로 부임하는 캠벨경감이
적막 속에 앉아 셸비가문의 인적사항이 담긴
서류와 사진을 만지고 있다. '아서 셸비, 피키블라인더스 두목'
그는 연기 속에서 이미 틀린 이름을 손에 들었다.
어둠 속을 버티는 촛불 같은 고모 폴리 그레이와
격발의 순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권총과 같은 존 셸비가 함께 등장한다.
폴리의 손에는 존 셸비가 떨어뜨린 총이 들려있다.
그런 폴리의 손이 토마스의 몸을 때린다.
어둠을 다스리지 못하고 오로지 한 치 앞만 밝힐 뿐인 폴리의 촛불은
불과 같은 가족 사이에서 가장 고요한 빛으로 가문을 이끈다.
가문의 막냇동생 에이다 셸비는 검정이 묻지 않도록
지켜진 백색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런 그녀가 도시의 밤을 덮는 공장의 화염과 불빛을 피해
다리아래 물가로 숨어 내려간다.
그곳에 프레디 쏜이 있고, 그의 입에는 불이 붙은 담배가 물려있다.
그 입은 에이다의 입술로 향한다.
공장의 화염이 가득한 개리슨 앞 거리에
화염의 열기를 식힐 듯 눈이 내리며 한 여자가 걸어간다.
알 수 없는 연기가 차오른 거리의 검은흙 위를
거리낌 없이 걷는 그녀의 옷은
스몰히스에서는 존재한 적 없는 초록빛으로 만들어져 있다.
존재한 적 없는 빛 그레이스는 자신만의 언어로 개리슨의 공기를 바꾸고.
질서 속에 금지되었던 '노래'로 전쟁 전의 기억을 되돌려
검정의 스몰히스에서 존재한 적 없는 빛의 영역을 넓혀간다.
경찰서의 붉은 계단을 내려와 단상 위에 오른 캠벨경감.
개혁을 말하는 그의 등뒤에 초록색의 당구대가 놓여 있다.
그리고는 기차역의 붉은색 플랫폼을 지나
이미 도시 안에 들어온 열차에 올라탄다.
그곳에 처칠장관이 있다.
유리창너머에서 둘을 보는 카메라에 그의 권력이 담겨있고
기차의 한량의 전체를 덮은 붉은색은
그가 경찰서에서 내려갔던 계단의 바로 그 붉은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