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vs 질서

by 서현석

셸비 형제의 검은 자동차가 스몰히스를 나와

자연의 흙길을 달리고, 그 바퀴는 리 가문의 영역에 들어선다.

집시이자 토미의 친구인 조니독스와 토마스는

무엇이 걸려있는지 알 수 없는 동전을 던지고

순백색의 말을 얻어낸다.

그사이

검정만 남은 마을의 빈 공간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잃어버린 총기를 찾는 명분의 강압이지만

캠벨경감은 현재 비어있는

스몰히스의 검은 상징을 자신으로 대체하려는 듯

검은 말 위에 올라타 검은 기마대와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외투만은 검지 못하고

밝은 갈색이라는 틀린 색으로 캠벨을 감싸고 있다.


그의 침입은 폴리 그레이의 공간인 성당으로까지 이어진다.

그곳은 어둠이 아닌 폴리의 촛불이 밝히는 공간으로

캠벨경감이 탈취할 어둠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촛불은 폴리에 대한 캠벨의 강압을 희롱으로 절하시키고,

당황한 캠벨은 자신의 입을 순백의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이윽고 공장의 불길이 꺼진 스몰히스의 길 위로

백마를 실은 트럭과 함께 셸비 형제가 돌아온다.

자신들의 본거지가 침략당한 상황에

셸비의 가족은 한 곳에 모여 가족회의를 열고,

양동이에 담긴 흑맥주를 나눠먹으며

다시 그 검정을 삼킨다.


짙은 어둠이 깔린 바로 그날 밤 토마스는

자신과 캠벨이 벌이는 상하관계의 싸움을 뒤엎는다.


그는 캠벨이 검은 말을 타고 서있던 그 자리에

왕의 초상화를 모아 마을에서 사라져 가던

화염을 다시 살려낸다.


상위의 질서 호출한 거리의 화염은

토마스와 캠벨이 놓인 갑과 을의 싸움

스몰히스의 '질서 vs 질서' 의 싸움으로 끌어내린다.

그 거리의 화염은

폴리를 감싼 성당의 촛불과 다르지 않다.


다음날이 밝고


셸비 형제가 재점유한 검은 흙 위를 백마가 걸어간다.

흙 위를 자연스럽게 걸어가지만 거리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폭발음은 집시와 함께 떠돌던 백마에게 익숙지 않다.


화염에 놀란 백마는 개리슨에서 폭발하려 했던 대니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토니는 연기와 화염을 잊으라는 말 대신

불의 연주소리에 익숙해지라는 말로 진정시킨다.

백색의 말을 자신의 병사로 쓰려 하는 토마스의 앞에


자신의 초록과 붉음을 숨긴 채

무채색을 연기하는 그레이스가 나타난다.

토미 곁의 백마는 소리에 밀려 떨었지만,

그녀는 소리를 향해 무서움을 숨기고 걸어 들어왔다.


누구의 영향력도 닿지 않는 제3의 전장,

빛을 향해 올라간 토마스와 어둠을 향해 내려온 캠벨은

같은 전장에 대등하게 서 있다.


자신의 모습과 위치를 드러내고 대화를 시작하는 첫 자리에서

토마스와 캠벨은 모두 검정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검정을 입고 오기만 한 캠벨이 앉은 자리는

백색의 꽃을 치워 옆에 두고 있고,

펜과 잉크라는 검정의 무기를 지닌 토마스는

캠벨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협상은 이루어졌지만 결국 닿지 않은 그들의 악수는

캠벨에게 있어 지켜야 할 일부분의 순백을 의미하고

토마스에게는 그가 참전도 하지 않은 채

검정의 흉내만 내는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담겨있다.


협상 후 모습이 드러난 상대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캠벨은 그 검정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그레이스에게 그 색과 권총을 건넨다.


개인 공간에서 비로소 어둠을 벗은 토마스에게

붉은빛이 다가오고,

지난 전쟁 중 터널의 흙더미 너머에서 적이 등장했듯

붉은빛이 담긴 침실의 벽 너머에 공포를 느낀다.


그 공포가 공기를 감싼 밤

고통스러워하는 백마의 머리에

토마스는 총알을 박아 넣는다.

폭발음에 익숙한 그에게는 망설임이 없지만

순수한 말을 향한 격발음에는

숨길 수 없는 몸서리가 새어 나온다.

총의 진동은 그의 손등을 타 몸을 감싸고

개리슨으로 향하는 그에게로 따라온다

그는 술로 진동을 씻어내려 한다.

진동을 잠재우기위해 문을 두드리는 개리슨에서

붉음을 숨기지 못한채 그레이스가 문을 연다.


술과 함께 아픔을 삼키는 토마스 눈 앞에는

그에 의해 의자 위에 올려져 노래를 부르는

붉은 그레이스가 토마스를 내려다본다.

고통 속 토마스는 그레이스가 아닌 바닥을 바라본다.


그 후 어느 날 밤

토마스와 그레이스의 질서를 뒤덮는 전조등 빛이

개리슨을 덮친다.

등장과 동시에 은빛의 총을 격발시키는 빌리킴버는

그가 스스로 개리슨에 찾아왔다고 착각하지만

자신의 흙 위에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토마스의 계략 속 움직임이다.


토마스는 자신이 호출한

빌리킴버라는 상위의 질서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총알을 넘기며

동맹을 제안한다.


하지만 자신의 우위를 과신한 그는 토마스를 모욕하고

이와 함께 바닥에 던져지는 빌리킴버의 동전 한 잎은

결국 둘 사이의 알 수 없는 거래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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