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색

by 서현석

공장의 불길과 석탄재가 조화롭게 쌓인 거리 끝, 개리슨 내부.

그레이스와 토마스 사이에는 바 테이블이 가로막고 있고 그 위에

지폐와 동전이 올려진다.


붉음을 숨길 수 없는 그레이스에게 드레스로서 같은 붉음을 재부여하는

그 돈은 단지 그녀의 옷차림을 위한 지불이 아니라,

그레이스가 띠고 있는 붉음을 토마스가 점유하기 위한 지불이다.


토마스에게 접촉한 인물들을 미행하던 중

IRA의 군인을 향해 격발된 그레이스의 검은 총은

그녀의 오른손에 그 진동과 피를 남긴다.

얼마 전 목격한 적 있는 이 진동과 슬픔은

그녀를 비에 젖은 토마스와 같이

술과 담뱃불에게로 향하게 한다.


자신의 붉음이 피로 물든 걸 발견하고 난 뒤에야

토마스를 위해 준비된 붉은 드레스에 눈길이 머문다.


어둠 속의 성당 안에 아서 셸비가 앉아있다.

오랜 시간 토미라는 어둠을 숨겨준 아서셸비의 화염은

작은 촛불에 기대어 식어가는 열기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 개리슨이라는 심장의 열기가 다시 들어온다.


수증기 넘치는 물과 쉐이빙 브러쉬

문신만 남은 살색의 토마스,


촉촉한 입술과 화장용 브러쉬

그리고 백색의 속옷을 입은 그레이스가 교차한다.


둘은 이내 검은 옷과 붉은 드레스를 입고

4발의 총알이 담긴 총을 각자의 몸에 숨긴다.


검은 차에 올라타는 그레이스의

붉은 어깨 위에는 검은색 숄이 걸쳐져 있다.


그와 동시에 셸비가문의 공장에서

검은 매연을 내뿜는 트럭 한 대가 출발한다.

천으로 가려진 짐칸 속에는 녹슬고 무딘 무기들이

여러 구둣발과 함께 찰랑이고 있다.

그 트럭은 흥이난듯 좌우로흔들리면서도

아서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존의 앞으로 내밀어진 턱을 싣고 앞으로 나아간다.


붉은 문을 열며 들어온 경마장의 입구에서

그레이스는 그 이름을 버리고

'사라 두간'이라는 귀부인의 이름을 뒤집어쓴다.

이미 다른 색을 입고 들어온 그녀의 발걸음은

그 생소한 이름 아래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같은 시각 경마장의 문을넘은 아서와 존은

각각의 구역을 리 가문의 피로 붉게 물들인 뒤

그들의 짤랑거리는 가방의 어깨끈을 한데 모아

토마스의 어깨를 거쳐 빌리킴버의 눈앞에 던진다.

그와 동시에 토마스와 그레이스의 담배에 불이 붙는다.


그렇게 시작되는 빌리킴버와의 협상에서

그레이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사라 두간의 붉은색이

빌리킴버의 행거치프와 마주친다.


빌리킴버의 저택까지 함께한 그 마주침은

빌리 킴버의 손을 이끌어 붉거나 검정이 아닌

눈 속을 걸어온 초록의 그레이스 에게까지 향한다.


토마스는 옷이 벗겨진 그레이스에게

다시 한번 성병 걸린 매춘부의 가면을 씌워

그 전장에서 빼낸다.


그레이스와 토마스의 검은 차가

초록의 숲 속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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