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is not the past

by 서현석

태양빛이 비집고 들어오는

스몰히스의 거대한 공장 사이로

토마스의 담배연기가

후퇴하는 공장의 그늘을 재촉한다.


그 빛과 그늘의 경계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두 아이가 공을 주고받는다.


어둠이 피신하는 셸비의 도박장 앞 거리,

거리를 밝혀오는 태양빛을 보는 그의 눈에

커다란 바퀴를 가진 무채색의 마차가 함께 들어온다.

그것은 그늘이라는 철조망을 넘는 군인처럼

마차의 바퀴는 아래에는 짓밟혀진 그늘이 묻어있다.


햇볕과 그늘의 경계에 자리잡은

마차의 짐칸에는 리 가문의

반짝이는 쇠붙이와 담배불이

숨길 수 없는 빛을 거머쥔채

웅크려있다.


토마스는 스몰히스에 흩어져있던 그늘들을

불러모아 도박장에 피신시키고 문을 걸어잠근뒤,

어둠을위한 빛 폴리와 함께

빛이 점령한 거리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거리를 가득채운 햇빛은 그늘 깊숙한곳

어둠을 위한 참호이자 도박장의 입구까지

경계의 철조망을 허물고, 그 틈을 이용해

마차는 큰 바퀴를 굴려 철조망을 넘는다.


빛과 어둠사이를 넘나드는 아이의 오른손이

도박장의 내부에서부터 잠금장치를 풀어나간다.

문이 열리고 강한 햇빛과 함께

리 가문의 칼과 총이 문턱을 넘는다.


더블배럴 사냥총은

빠르게 도박장을 장악하면서도

개리슨에 들어왔던 빌리킴버의

은색 권총과 같은 절제 없는

격발을 멀리한다.

대신 그 격발의 불을 보이지않는

도화선에 옮겨 붙인다.


스몰히스의 심장인 개리슨에

셸비가문이 모여있다.


격발을위해 존재하는 총과같은 존의 입에서

새출발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토마스는 격발 수단을 잃어가는 대화속에서

무언가 큰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듯

성냥불을 일으켜 본다.


하지만 성냥불은 낭비된다.


매춘부와의 결혼을 말하는 존의 숨결은

토마스의 성냥불이 닿기도전에

폴리의 촛불과 아서의 화염에 압도당한다.


세 불에 둘러 쌓인 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토마스에게로 향하는 빛을 막아서고 나서야

입을 나온 말이 건너갈 그늘을 만든다.


성냥과 담배불이 존을향한사이

도박장에는 빛이 있어야 할 공간에 그늘이

그늘이 있어야 할 공간에 빛이 들어서 있다.

빛과 어둠을 오가는 어린아이의 발걸음에

이끌려 달려간 도박장 그곳은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전장의 모습과 같다.


토마스의 손은

가족모두가 불을 사용하는 벽난로에 향하고

그 위에서 적이 남긴 무기를 집어든다.

총이나 칼과 같은 쇠붙이일 텐데,

날카롭거나 화약을 품은 것이 아닌

오로지 전쟁을 통과한 인간의 눈에만 공포를 안겨주는

절단기가 토마스의 오른손에 쥐어진다.


전장의 부사관으로 돌아간 그의 눈은

무질서한 빛과 어둠을 읽어내고

전쟁에서 빠져나온 가족 모두가 찾지 못한

수류탄의 위치를 예상해 낸다.


그곳에는 강렬한 햇빛에게

벌써 절반을 내어준 자신의 검은 자동차가 서 있다.

토마스 자신이 있어야 할 그 운전석에

어린아이이자 셸비가문의 막내인 핀과

그 아래 철선에 묶인 수류탄을 찾아낸다.


핀이 다시한번 그늘과 빛의 경계를 넘을때

그들이 남기고간 절제있고 과감한 불이

수류탄에 옮겨 붙는다.


토마스는 빛이 점령한 거리를 향해

그 수류탄을 던지고 핀을 어둠 깊숙이 피신시킨다.

돌아봤을 때는 거리에 익명의 노동자들이

놀란 채 거닐고 있었다.


그들의 인상적인 공격방식에

토마스는 복수를 다짐하지 않는다.


대신 백색의 깃발과 함께 리 가문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그곳에는 빛과 그늘을 오갔던 커다란 마차바퀴가

더블배럴의 사냥총과 함께

잡초섞인 검은 흙 위에 요새를 지어놨다.

그 검은 흙위를 걷는 토마스가

에메랄드빛 섞인 마차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마차의 내부에는 불이 없는 어둠뿐이다.

적진에서 다시만나는 익숙한 어둠은

리의 여왕과 토마스를 같은 채도의 어둠으로

통일하고 두 가문은 피를 섞는 혈연으로 이어진다.


비가 내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나

토마스의 차고로 캠벨이 들어온다.

빗방울이 앉는 캠벨의 검은 옷은

비로소 그곳의 어둠에까지 젖어들고

차고 깊숙이 핀이 폭발을 피했던 그 자리까지

걸어 들어온다.

이제 캠벨의 몸은 어둠을 받아들이고

오직두 손만이 빛을 머금고있다.


어둠에 얼굴조차 잃은 그 두 손이

토마스의 가족을 향한다.

어둠을 삼킨 캠벨에게 검은 총을 겨눠보지만

토마스는 소용없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다시한번 빛이 점령한 검은도시에

빌리 킴버의 도박장 방문에 다시한번 빛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이제 그곳은 더 이상 그늘의 피난처가 아니었다.

제도권의 질서가 담긴 종이 한장의 힘으로

어둠과 빛이 손을 잡게하는 연합군의 진지가 되어있었다.


아서에게 다가가는 그레이스의 붉음이

하나의 붉은 색연필이 되어

캠벨의 지도 위를 그린다.

그 붉은 선은 자물쇠를 뚫고 캠벨의 담배연기를

검정의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개리슨 앞 공장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스몰히스에서

연기를 등진 토마스의 앞에

근무를 끝낸 그레이스가 거리로 뒤돌아 나온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간 그녀의 얼굴에

촛불을 가까이 비춰본다.

검은 옷은 그녀의 어깨를 덮어 붉음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미처 덮지 못한 가슴팍의 붉음은

토마스의 촛불에 그 색을 가리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그레이스를 감싼다.


미래에 가족이 될지모르는 리지 스타크가

거리의 그늘을 걷는다.

그녀의 한 손에는 존을 향한 희망이 가득한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토마스의 운전석 옆자리에

그녀의 가슴 깊이 묻어둔

'과거는 과거다'라는 희망이 앉는다


그리고 토마스는

의자 사이에 지폐를 한 장씩 내려놓는다.

그 지폐는 한삽한삽 그녀의 가슴을 파내고

결국 삽자루의 끝에 숨겨둔 희망을 찾아낸다.


파내어진 희망에 아래에 지폐를 채워넣는다.


재가 되어버린 그녀의 과거는

현재로 파내어진다.


아직 과거의 전장을 헤메고있는 토마스는

화면의 반을 가린 어둠에게 이야기한다.

"past is not the past"


검은 차에 오르기 전까지 분명히

가득차 있던 장바구니에는

무언가 빠진듯 가볍다


존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차고로 돌아온 자동차를 웨딩카로 바꿀 광택을 내고있다.

양동이 옆에 토마스의 구둣발이 서고

광택을 내던 그의 얼굴이 검은 자동차에 비치고

청소도구가 창고 바닥에 나뒹군다.


도끼와 칼을 든 존이

리 가문의 입구에 선다.

담배연기를 내뿜는 토마스

리볼버의 약실을 돌리는 아서가

그의 앞을 이끈다.


리의 마을로 들어가는

오르막길 너머 태양빛은 나무에 가려있고,

그 사이에 늘어선 적들의 총구,

그 사이를 두 마리의 말이 지나간다.


토마스는 그곳에서

병사로서 참전한 존의 왼쪽가슴에

약장이 아닌 신랑의 부토니에를 꽂는다.

토마스는 한걸음 물러나는 존의 뒷덜미를 붙잡고

결국 리 가문의 총과 맺어지는 존은

날이 반짝이는 모자를 벗는다.


서로를 향했던 날붙이는

신랑 존과 신부 에스메의 손바닥을 향해

그들의 피로 혈연관계의 시작을 알리고,

더블배럴의 총알은 축포로 바뀐다.


폴리는 자신의 불을 옮겨

절단기가 올려졌던 그 벽난로에 불을 지핀다.

타오르는 난로불은 가족이된 에스메에게도

빛과 온기를 닿게하고,

그녀와 함께 새생명을 받아내는 밤을

밝히는 불빛으로 번져나간다.

그 불빛 사이에 아기의 울음 소리가 섞인다.


스몰히스를 뒤덮은 울음섞인 빛은

에이다의 남편인 쏜에게 닿아

깊숙한곳에 숨어있던 그를 벽난로 앞에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 아기의 울음은

쏜을 찾고있는 캠벨의 구둣발에게도 닿는다


쏜의 뒤를 밟은 경찰의 구둣발은

폴리의 불꽃을 밟아 꺼뜨리고,

개리슨으로 달려가는 폴리는

재색의 드레스를 가리지못한채

그 불을 지키지 못한 토마스에게 그 분노를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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