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사과란?
넓고 넓은 샐러드 왕국, 그 안에는 초록잎 가득한 샐러드 학교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반은 바로 샐러드 볼 반이었죠! 샐러드 볼 반에는 넉넉한 웃음의 왕 감자 선생님과 친구들—새콤달콤 사과, 뽀얀 메추리알, 키다리 셀러리, 오뚝이 당근, 그리고 인기쟁이 마요네즈—가 함께였답니다.
오늘도 왕 감자 선생님 반에서는 짝 활동이 한창이었어요. 오늘은 특별히 미술 시간, 자기 짝꿍 얼굴을 그려주는 날이었죠. 사과와 메추리알이 짝꿍이 되었는데, 글쎄 사과가 메추리알을 보며 놀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흐흐흐, 저 미끌미끌 메추리알 좀 봐! 넌 맨날 미끄러져 다니고, 오뚝 서 있지도 못하잖아? 꼭 뒷다리 없는 메뚜기 같아! 큭큭큭! 와~ 정말 웃기다, 보기만 해도!"
메추리알은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어요. 놀림을 들으니 뽀얗던 몸이 왠지 더욱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 같았죠. '이 껍질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리면, 사과를 다시는 안 볼 수 있을 텐데….' 메추리알은 속으로 생각하며 주룩주룩 울었답니다.
이 모든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셀러리는 눈이 반짝였어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겼으니 친구들에게 빨리 알리고 싶었죠! 셀러리는 샐죽, 샐쭉 웃으며 여기저기 다니며 소곤거렸어요.
"야, 들었어? 사과가 메추리알을 '뒷다리 없는 메뚜기'라고 놀렸대! 지는 못난이 사과인 줄도 모르나 봐! 우리 엄마가 그랬거든? 못생긴 사과는 아무리 예쁜 척해도 그냥 못생긴 사과라고! 히히힛!"
당근은 샐죽, 샐쭉 웃으며 친구들을 놀리는 셀러리가 영 못마땅했어요.
'흥, 남의 이야기로 신났군!' 왕 감자 선생님께 당장 가서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조용히 그림만 그렸죠.
한편, 당근 옆에는 인기쟁이 마요네즈가 앉아 있었어요. 마요네즈는 당근의 뾰족한 잎까지 정성껏 그려 주려고 여러 장의 그림을 바닥에 펼쳐놓고 있었죠. 그런데 그만, 스르르륵! 미처 모으지 못한 그림 몇 장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말았어요.
그때, 셀러리가 샐죽샐쭉 지나가다가 그 그림을 밟고 "앗! 쿵!"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아이쿠야! 내 고운 줄기가! 우지끈 부러졌잖아!" 셀러리는 안절부절못했어요. 오늘 미술 작품 발표 시간에 자기가 꼿꼿하게 서서 그림들을 걸어 줄 차례였거든요. 줄기가 휘어졌으니 그 역할은 못하게 될 게 분명했어요.
그 모습을 본 사과가 버럭! 하고 마요네즈에게 소리쳤어요. "마요네즈! 너 때문에 내가 그린 그림을 못 걸잖아! 당장 셀러리한테 사과해!"
마요네즈도 지지 않고 따져 물었어요. “흥! 너야말로 메추리알 보고 못생겼다고 놀린 거 먼저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추리알은 슬쩍 당근에게 다가가 당근 뿌리 수염을 살짝 당겼어요. "당근아, 당근아! 모… 뭐라고 말 좀 해봐…."
당근은 마요네즈와 친했지만, 누구 편을 드는 대신 침착하게 말했어요. "사과야, 그렇게 당당하게 그렸다면 나중에 왕 감자 선생님께 네 그림을 잘 설명할 수 있겠니?"
사과는 순간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어요. 메추리알을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메뚜기처럼 그려놓았으니, 선생님께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죠. '아이코, 큰일 났다! 이 그림을 어떻게 하지?'
왕 감자 선생님이 화가 나면 정말 무섭다는 걸 잘 아는 사과는 머리를 굴렸어요. '좋아, 이렇게 하는 거야!' 사과는 자기가 그린 그림에 '사과의 메아리'라는 제목을 달았어요. 그리고는 시치미 뚝 떼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발표 시간을 기다렸답니다.
드디어 작품 발표 시간이 다가왔어요. 비록 줄기가 휘어 다친 셀러리였지만, 친구들을 위해 두 팔을 활짝 뻗어 줄을 당겨주었어요. 친구들은 셀러리의 가지에 맞춰 짝꿍 얼굴 그림을 주렁주렁 걸었죠.
왕 감자 선생님이 "자, 모두 조용!" 하고 말씀하시자, 샐러드 볼 반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그림으로 향했어요. 모두 25개의 작품이 걸렸는데, 친구들은 서로의 모습을 실제보다 훨씬 예쁘고 잘생기게 그려주었답니다.
그런데, "저건…!"
유독 눈에 띄는 그림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사과의 그림이었죠. 왕 감자 선생님의 눈썹이 슬쩍 찌푸려졌지만, 조심스럽게 물으셨어요. "사과야, 왜 이런 그림을 그렸니?"
사과가 우물쭈물하며 말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사실 메추리알은 저더러 '너는 빨간 것이 감처럼 착하지도 않고, 딸기처럼 모범생도 아니잖아! 대체 뭐 하느라 늘 미안한 짓만 하고 다니니?' 하고 놀렸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 그림으로 '진짜 미안한 그림'이 뭔지 보여주려고 그린 거예요!"
이 말을 들은 샐러드 볼 친구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대체 저 그림이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모두 의아한 얼굴로 그림만 바라보았답니다.
사과는 한숨을 길게 쉬고는 큰 목소리로 메추리알에게 말했어요. "메추리알아, 너는 지금 나의 진심이 담긴 '메아리'가 들리니? 사실… 이번에 너를 예쁘게 그려주지는 못했지만, 이 그림보다 수천 배, 아니 만 배, 그 이상만큼 더 잘생긴 게 바로 너인 걸 알아. 너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야. 그러니까, 너도 나에게 좋은 점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마요네즈랑 스키도 잘 타고, 감이랑은 노래도 잘 부르고, 딸기랑은 춤도 잘 추잖아!“
사과의 말을 듣자, 왕 감자 선생님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어요. '아하, 이런 일이 있었구나!' 선생님은 미술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과와 메추리알을 따로 부르셨어요.
사과는 왕 감자 선생님이 정말 무서웠어요. 평소에도 눈을 감고도 누가 누구에게 장난을 치는지 귀신같이 알아내셨거든요. (물론 이번에는 사과가 자기 입으로 다 불었지만요!)
왕 감자 선생님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사과야, 메추리알에게 진심으로, 정식으로 사과하렴." 사과는 자신이 친구를 너무 심하게 놀렸다는 걸 그제야 온몸으로 뉘우쳤어요. "메추리알아, 정말 정말 미안해!" 사과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크고 진심이 담겨 있었어요.
사과의 '미안해!'라는 외침은 메추리알의 마음속 깊이 웅웅 울려 퍼졌어요. 처음의 뻔뻔한 변명과는 달리, 둘이서 마주 앉아 들려온 사과는 정말 진심으로 느껴졌죠. 메추리알은 그제야 꼭 닫혔던 마음의 껍질을 활짝 열고, 다시 평상시처럼 뽀얗게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어요. 말은 많지만 솔직한 사과와 겉은 단단해도 마음은 부드러운 메추리알은 싸우기 전보다 훨씬 더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답니다.
다음 시간은 마요네즈가 이끄는 신나는 체육 시간! 샐러드 볼 반 친구들은 마요네즈의 말에 맞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여기저기 즐겁게 몸을 움직였어요. 체육 부장 마요네즈의 말이라면 모두가 척척!
샐러드 볼 반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반이었어요.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고, 서로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