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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룽루 Jan 29. 2024

[난독일기] 끝없는 비교사회에서 우리를 지켜내는 법


난독 진단 738일째 (만 6살 1개월)

현재 초등 입학 696일째 (현 2학년 재학 중)


난독치료는 끝이 없다.

난독선생님이 와 주신 이후로 3개월 정도 내에 한글을 읽게 되었지만.

유창하게 읽기, 자연스럽게 읽기, 읽는 것이 편해지는 단계가 되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여느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과 같이 우리 아들은 ADHD도 함께 있어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다.  

집중만 한다면 교과과목을 이해하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지만, 다양한 자극이 있는 학교에서 집중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시험을 보면 5문제 이상 연달아 풀기를 어려워했다.  

아빠의 불굴의 의지 덕에 매주 1회 있는 받아쓰기 시험에서는 초반을 제외하고 곧잘 만점을 받아오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난독증인 것을 들키지 않고 무난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짐작하고 있다.

이렇게 짐작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부부가 직접 아들의 학업을 봐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린 아들의 실력 정도를 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1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 주변의 엄마들은 조급하게 수학/영어학원들을 알아보았다.

우리 부부도 덩달아 수학진도를 쭉쭉 나가는 학원이나 주 3회 2시간씩 공부한다는 영어학원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친구들은 많이/빨리 배워 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 진도를 무난히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중심을 잡고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아들이 6-7살이던 시절,  1년 6개월간 영어유치원을 보냈었고 아이는 즐겁게 다니는 듯했으나 집중력이 낮은 우리 아이는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냥 친구들을 만나러 즐겁게 가는 것일 뿐 무엇을 배워오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 뒤로 우리 부부는 결심했다.

우리 아아는 특별(?)해서 1대 다수로 하는 수업에서는 그 무엇도 배워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 그대로 전기세 내러 학원 다니는 그런 아이..

학원 보냈다고 해서 할 일 다 했다고 안심하는 부모가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

서로 다짐했다.

흔들리지 말자.

흔들리면 서로 잡아주자.


우리 아이는 본인이 원할 때까지 학원은 보내지 말자..!


그래서 그 뒤로 남편은 아들의 한글(국어)과 영어를 매일 봐주고 있고, 나는 수학과 독서를 봐주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적은 양이라도 조금씩 아들의 속도에 맞게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함께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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