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죄
스필버그가 유대인이어서 그런지 유대인의 비극인 쉰들러 리스트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 좋은 시네마이고 경험이었다. 유대인의 비극을 찍은 스필버그가 다음에 찍은 비극은 흑인의 비극인 아미스타드이다. 못나기는 커녕 꽤 재밌는 영화이다. 퀸시 전 대통령이 하는 연설과 영화가 추구하는 사상도 큰 가치가 있다. 허나 영화는 쉰들러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고 다른 스필버그 영화와 비교해도 하위권에 속한다.
음악, 분위기, 디자인으로 옛 시대를 재현한 것은 훌륭하다. 아까도 말한 영화가 주장하는 가치도 나무랄 데가 없다. 문명의 상징인 법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전개도 좋다. 그럼에도 영화가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 그냥 적당하게 쓴 과제처럼 웰메이드로 만들었을 뿐이다. 수작이 될 거대한 가능성이 명멸하기만 했을 뿐이다.
참고로 영화에서 꽤 인상적인 메타포가 있다. 기독교이다. 초반에서 성경을 쓰는 방식이나 기독교도들의 행태를 보면 사랑을 모르는 위선자들이다. 그런데 흑인 노예들끼리 예수의 삶을 보면서 희망을 얻는 씬이 나온다. 그도 자기들처럼 무죄인 상태에서 벌을 받았고 나중엔 승천한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는다. 누군가는 그 씬들이 유치하다고 볼 수 있지만 나는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예수가 떠올라서 나쁘지 않다. 뭐 각본가 공이겠지만 유대교도(나이롱 같지만)인 스필버그가 이런 좋은 기독교적 메타포를 인상적으로 연출한 것은 의외이다.
아무튼 아미스타드는 좋은 영화이기는 하나 스필버그 치고는 아쉽다. 19세기 미국의 노예해방이라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또 다른 사극인 링컨이 떠오른다. 영화의 만듦새는 그게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