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요?! 굳이 여기까지...
90년대 인기 개그 프로그램 중
'귀곡산장- 뭐 필요한 거 없수?'가 있었다.
나름 재밌고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라
나 역시 매주 빠지지 않고 시청하였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어느 날,
그 개그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의 현실이 되었다.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귀, 곡, 산, 장!
구 주소- 제주 소길리 산 **번지.
신 주소- 무수*서길 **
2014년 2월 어느 날.
제주에서 40년을 살아도 단 한 번도 발 디딘 적 없는 무*암,
그곳에서도 꼬불꼬불 숲과 밭으로 둘러 싸여 있는 농로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면 나오는 언덕,
그곳에 자리한 산장.
붉은 체리빛의 낡은 목조 건물 두 동,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스산한 정원,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양 '까악 까악!'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까마귀 떼들.
귀신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검은 숲 속 가운데 자리한 산장.
바로 이곳 산장에 산장지기로 왔다.
우리 네 식구가.
서두에 비친 글에서도 느껴지겠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계약하면서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곳 산장에는 손님이 없는 게 아니고 아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숙박업이 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번갯불에 콩 볶듯 계약하고 이사까지 온 지 1 주일,
손수 인테리어 한다고 주문한 물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 차 이 외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왕래가 없었다.
'이곳이 우리 네 식구의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걱정에 한숨을 내뱉다가도,
'그래 뭐, 이제 고작 1주일인데... 잘 될 거야.'
그렇게 위안하며 하루하루를 더디게 보내던 어느 날 밤,
공간을 울리는 벨소리.
'따르릉, 따르릉...!!'
파열음에 가까운 전화벨소리에 허리가 곧추서는 긴장이 몰려오는데,
남편과 나는 '네가 받아라, 네가 받아라' 무언의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내가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 여, 여보세요? (' 아 아... 상호 상호!') 무수암, 무수암 산장입니다"
다급히 상호명을 얘기하는데.
"**일, 이 날짜에 방 있나요?"
'헉!' 젊은 남자 목소리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아이들 키운 집에 사람들 들이지 마라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철저히 지켜오던 나,
상대방도 당황했는지,
"예? 영업 안 해요?"
"아, 아...! 네네 합니다, 합니다."
" **일, 이 날짜에 방 있나요?"
"몇 분이시죠?"
"3명요, 저 포함 친구 3명입니다.
헉! 그럼 남자만 3명!?
"그럼 남자만 세분요?"
"네"
"아... 잠시만요, 방이... 방이..."
나의 목소리에 망설임이 묻어났는지,
"됐습니다, 다음에 예약할게요."
"아 네."
첫 예약 문의임에도 독려하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 오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누구야?"
"손님인데, 남자만 3명이래."
"남자만 3명?!"
"응"
"그래서?"
"방 없다 했어."
"잘했네."
귀신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하는 주인장 부부,
우리 네 식구의 산장지기의 삶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우리 네 식구는 여기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입에 풀칠이나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