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뿌뿌니 Oct 11. 2023

7. 인간은 무서운 걸 외롭다고 말한다

내가 꿈꾸는 은퇴생활

<비싼 디저트는 모두 맛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자>


이사 와서 1년이 되자 화장실 전등이 깜빡거렸다


"아들 이제 다 컸으니 전등교체 정도는 할 줄 알지?"


"아마 그럴걸? 왜?"


"화장실 전등이 깜빡거리는 게 곧 교체해야 할 것 같아 와서 좀 해줘"


"엄마 그러니까 남자친구를 만나! 나도 다 컸는데 예전에 만나던 아저씨 하고는 왜 헤어졌어?

그런 건 남자친구한테 시켜야지!"


뭐라는 거지?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고작 전등교체에 훈계질을 하고 있다


"그럼 넌 여자친구랑 왜 헤어졌냐?"


"어?.... 그렇군! 바로 가겠습니다"


전등 갈 사람이 필요해서 남자친구를 만나야 했다면 오히려 쉬웠을 것이다




<나는 솔로>가 요즘 핫하다 특히 돌싱특집은 나도 챙겨본다

왜 이혼하고도 다시 결혼하려는 것일까?

출연자들은 또 결혼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들은 두렵지 않은 걸까?

그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도 결혼이 하고 싶은 것인가?

결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그들은 결혼도 해봤고 아이도 낳고 키우고 있다

심지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이혼도 경험했다

그런데 또 결혼이라는 것을 하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결혼에 대한 열정과 집착과도 같은 해괴함이

시청자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꾸밈없는 솔직함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싱인 내가 바라보는 그들은 아마도 결혼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닐 것이라 짐작한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고서라도 찾고 싶은 건 배우자가 아닐 것이다

그냥 평범한 가정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은 바람이 아닐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관계에도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돌싱들에게는 부부관계의 유통기한이 유독 짧았던 게 아닐까?

진짜 좋아했던 음식을 아끼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못 먹기라도 하면 그 음식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그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유통기한쯤은 무시할지도 모른다


"상했으면 어때? 유통기한 지난 음식 좀 먹는다고 죽진 않아!"


죽진 않겠지만 탈은 날것이다

그들은 그런 선택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들은 소설내용에 큰 충격에 빠졌다

은퇴 후 밖깥출입도 하지 않고 은둔형 노인으로 살아가던 한노인은 자신이 갑자기 죽으면

해외에서 일하는 아들이 돌아와 발견하게 될 때까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부패한 시신의 추한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게 될까 봐 고민하다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비닐봉지와 대형냉장고를 사 와서 죽기 직전에 온 힘을 다해 비닐봉지에 몸을 넣고

냉장고로 들어가 죽는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고독사의 공포와 두려움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엉뚱하고 말도 안 되지만 남일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 새끼> 예능에서도 고독사에 대한 심각성 다루면서 솔루션 하나를 제시했다

결혼도 못하고 혼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아침저녁으로 생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노후메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아빠는 한밤중에 자다가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엄마를 깨워 119를 부르고 병원에 가서 바로 응급처치를 했고

위험한 순간을 넘기셨다고 했다


"둘이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혼자였으면 아빠는 죽었을지 몰라 근데 넌 혼자 살아서 어쩌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전화도 자주 안 하지? 지금이라도 결혼해라"


은퇴전문가들은 은퇴하고 가장 친한 친구는 배우자라고 말한다

자식도 친구도 아닌 늙어 가면서 끝까지 같이 있을 사람은 배우자뿐이라고도 한다

추석연휴 내내 부부특집 방송하는 걸 봤다

은퇴 후에 외롭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결혼을 다시 해야 할까?




돌싱들의 연애는 <나는 솔로>에서 보듯이 상처와 고민이 많다

산전수전 파란만장이란 단어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겪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예능에서 이혼을 놀림거리 웃음거리로 가볍게 다루는 건 이혼을 했다고 잘못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려는 듯 보인다

돌싱들의 아픔쯤은 극복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려고 의도 한건지도 모른다

그 연출을 하는 사람은 분명 돌싱이 아닐 것이다


이혼은 평생 어떤 이유라도 끊을 수 없는 것이 가족이고 혈연인 것을 무 자르듯 자르는 것이다

팔다리가 멀쩡한데 억지로 잘라버리고 불구가 돼서도 정상인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매일 상처가 짓무르고 피가 멈추지 않는데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의족과 의수를 끼운데도 원래 내 팔다리가 아니니 잡고 걸을 수는 있지만 온전할 순 없다

기술이 좋아진 것처럼,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건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을 때뿐이다




100세 시대에는 한 사람과 70년 이상을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결국 혼자 사는 용기를 찾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기대는 빠르게 포기해야 한다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다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다

그건 그냥 무서울 뿐이다

죽음에 대한 무서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다

혼자사나 둘이사나 누구나


비가 쏟아지는 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겠다고 우산도 없이 나갔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아 버렸다

빗길에 미끄러진 것이다

어렸을 때 넘어져 보고 몇십 년 만이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뼈라도 부러졌다면 큰일 아닌가?

넘어져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보면서 온갖 생각이 스쳤다

창피한 건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이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니 고통스럽긴 하지만 일어서진다

쓰레기를 간신히 주워 버리고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제대로 앉을 수가 없었다 꼬리뼈를 다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나같이 꼬리뼈 다친 사람들의 사연이 있었다

괜찮아도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어떤 이는 며칠 지나니 괜찮더라


사연을 읽다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가 몇 년 전 넘어져 골반이 금이 갔는데

병원에 안 가시고 진통제만 드시다가 결국 너무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수술시기를 넘겨

고칠 수 없다고 했다는 엄마의 말을 들은 게 생각났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근처 정형외과를 검색했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50살이 넘고 나서는 카페보다 병원을 더 자주 가는 것 같다

제일가기 싫은 곳이 병원인데 카페 가듯이 다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서럽게 느껴졌다

병원에 같이 갈 사람도 없다는 것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인 것 같다


혼자 밥 먹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나니 밖에서 혼밥 먹는 것도 훈련이 필요했는데 단번에 가능해졌다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일주일간 치료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유방혹제거 수술도 혼자 입원하고 퇴원했다

이렇게 또 살아진다





"둘이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네 아빠 내가 아프다고 하면 듣는 척도 안 해 병원이나 같이 가주는 거 말고는 둘이 산다고 서로에게 대단한 도움이 되는 줄 아냐? 요즘 같은 세상은 돈만 있으면 혼자 사는 게 편해"


"병원이라도 같이 가줄 사람이 있는 게 외롭지 않은 거야 엄마!"


곧 은퇴를 앞둔 아빠랑 매일 같이 있을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엄마가 말했다

아빠는 75세 아직도 현역으로 일하신다

50년 이상을 끊임없이 일하셨다

가죽공장기술자로 십수 년을 일하시다 미국에 외국인노동자로 가셔서 혼자 몇 년을 일하셨

한국으로 돌아와 엄마랑 식당을 하셨고 식당일로 결국 엄마는 몸이 안 좋아졌다 

엄마가 일을 쉬게 되면서 아빠는 아파트 경비를 하고 계신다


내 나이 50살에도 쉬고 싶은데 어떻게 50년 이상을 끊임없이 일하셨을까?

2년 전 주식시장이 좋을 때 부모님의 은퇴자금을 투자해 100%의 수익을 냈다

수익금은 재투자하고 원금을 가지고 그만 은퇴해서 쉬시라고 말씀드렸다

주위에서 쉬라고 말하는 사람은 딸뿐이라며 좋으면서도 엄마 눈치를 보시는 것이다


부모님은 코로나로 멀리 다니던 교회를 가지 못하게 되자 가끔 동네 작은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코로나가 끝나고는 아예 옮겨 등록을 하고 다니신다

엄마 아빠는 각자의 모임으로 소속되었고 각각 모임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젠 아빠가 은퇴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부부는 무슨 관계일까?

태초에 하나님은 아담을 창조하시고 미리 만들어 놓은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 것을 축복했다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혼자였던 아담은 외로웠다

하나님은 아담을 잠재우시고 그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시고 둘이 행복하길 또 축복했다

하지만 둘이 살게 되면서 죄를 짓게 되고 결국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태초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고 혼자 살게 하셨지만 인간이 원해서 둘이 살게 된 것이다

둘이 살면서 아이를 낳고 죄를 더 많이 짓게 되면서 수명도 점점 짧아져

급기야 50살에 죽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다시 태초에 혼자 살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게 됐다

혼자 살면서 에덴동산에서 모든 것을 누리고 살았던 그때로 말이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기 시작했다

수명도 점점 늘어 120세를 넘길 거라는 전망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부부는 인간이 원한 관계일 뿐 부부의 세계는 신의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을 때부터

부부로 살아온 시간 때문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인 줄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태초에 인간은 혼자 살도록 창조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 불행을 자초한 것일지 모른다




어디 가든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이 있다

혼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조금만 한 곳에 앉아 그들을 관찰해 보면 커피와 음료 등을 마시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앉아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아이데로... 부모는 부모데로... 각각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집에서나 나들이로 나온 밖에서나 혼자만의 세상이 더 즐거워 보인다


태초에 인간은 혼자였다

지금도 인간은 혼자가 편한 걸 알지만


혼자인 것이 두렵다고 무섭다고 하는 대신 외롭다고 할 뿐이다

이전 06화 6. 집을 포기하고 자본투자를 선택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