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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an 10. 2022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할 일 하고, 달리기와 명상도!

0110 제주 여행 2일차 짧은 일기

카페에서 쓴 아침 일기
점심 식사를 한 제주 고로

눈을 뜨니 9시 45분이었다. 하하하.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알람 시간은 7시, 7시 반, 8시 이렇게 세 가지로 되어있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제주 바다를 보며 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블라인드를 해두었지만 통창 아래까지는 빛이 좀 들어오게 안 내려두었어서, 빛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수면 안대를 쓰고 있었지만 그 빛이 느껴져서, 아니 사실은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      


4시가 다 되어서 잠에 들었다. 저녁에 쉬면서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어느 프로그램... <그해 우리는>을 아껴두고픈 마음에 새로운 걸 보기 시작했다가 그만... 너무나 흥미로워서 3시 넘어까지 봤다. 시간을 보면서 ‘어떡해!’ 하면서도 재밌어서 계속해서 ‘다음 회 보기’를 눌렀다.      


어떤 프로그램을 봤는지는... 다음에 인스타에 또 써봐야지. 근데 2022년 1월 제주 여행을 떠올리면 이 프로그램이 떠오를 것 같다. 어떤 면에선 나에게 꽤나 자극을 주었다!      


운동하자, 운동하자, 운동하자.      


현실은, 그 프로그램을 보느라... 오전 달리기가 날아갔고!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고 제주 고로라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1.9km 떨어진 곳인데, 거의 가장 가까운 식당이었다. (가까운 곳에 고깃집이 하나 있는데 엄청난 파티 분위기. 혼밥할 수 없음)     


혼밥을 하는 사람은 오픈하자마자 가서 얼른 먹고 나와야한단 걸 알고 있기에, 부지런히 걷고 걸었다. 짐이 없었다면 더 가볍게 걸었을텐데 노트북과 노트 등이 가득 든 백팩을 메고~ ‘와~~ 언제 나오나~~’하면서 걸었다. 초록색 밭은 양배추구나! 혼잣말. 걸은 지 10분만에 밭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발견. 큰 대로를 건너고 나니 집이 계속 이어진 마을이었다. 그 골목을 한참 걷다보니 학교도 나오고, 농협도 나오고, 그리고 제주 고로도 등장했다.      


너르고 이쁜 마당을 지닌 식당이었다. 젊은 남자 네 분 정도 식당에서 음식 만들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동업인 걸까? 장사 잘 되어서 정말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덮밥을 주문했다. 재밌게도 내 자리는 가게 한가운데(정말 한가운데)에 위치한 난로 옆 작은 테이블. 왼쪽편 네 개의 테이블에는 전부 커플이 착석. 오른편 바테이블에는 가족들이 앉아서 오픈 20분만에 만석.      


커플들과 가족 사이에 외딴섬처럼 앉은 나. 한국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상징하는 느낌...ㅋㅋㅋㅋㅋ(글 쓰다보니 왜 이렇게 자조적이지 ㅋㅋ) 덮밥이 맛있었다.      


맛있는 덮밥을 먹다보니 문득 망원이 떠올랐다. 요즘 내가 맛집 갈 때 자주 가는 동네 망원. 내가 이렇게 여행지로서 제주를 찾듯이, 누군가는 여행와서 망원에서 맛집을 검색하고, 그곳에서 식사를 한다. 망원에서 난 혼밥은 거의 안 하고 누군가와 같이 먹곤 하는데, 이렇게 제주 와서는 맛집에서 혼밥을 하는구나. 그래도 망원이 아닌 제주라는 곳에 와서, 제주 돌담이 보이는 제주집을 바라보며 제주 하늘 보며 이렇게 덮밥을 먹으니 역시 새롭고 좋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옆 앤더스 제주로 향했다. 제주 고로 직원이 계산할 때, 앤더스 제주로 가면 할인된다고 말해주었다. (서로 친하구나! 대표가 같은건가!)      


앤더스 제주의 인테리어도 무척 이뻤다. (어떻게 예쁜지 잘 설명 못 하는 사람).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다가 아주 넓고 커다란 바테이블 한쪽에 자리잡았다. 혼자 앉아서 노트북 하기에 딱 적당해보였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고 자세하게 카페 메뉴를 설명해주었다. 그냥 아아를 마시려다가, 앤더스 제주의 커피는 우유와 잘 어울리고, 이 세 가지가 시그니처라는 설명을 듣고는 ‘앤더스 제주’라는 메뉴를 시켰다. 커피에 크림이 올라간 메뉴였다. (어제 플랏포커피에서도 플랫 화이트)     


역시 시그니처답게 비쥬얼이 무척 아름다웠다. 보기만해도 아~ 이것이 쉼~    

 

커피를 마시면서 슬슬 시동을 걸었다.      


회사에 지원을 할 계획이라, 이력서 & 경력기술서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이력서를 일단 다시 다듬었다. 이미 정리해둔 건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보다보니 시간이 걸렸다.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그 내용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노션으로 도전! 시간을 오래 들여서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더 엄청난 포폴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동안의 일을 어떻게 맥락화해서 보여줄지. 고민하며 만들었다.    

  

잠시 카페 사장님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 왔냐고 하셔서, 저 건너편에서 왔다고 이야기했다. 사장님이 여기는 화, 수 휴무라며 다른 카페들도 소개해주었다. 얘기해준 카페들을 메모하고... 바 자리라서 사장님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또 한 생각, 예전에 책방을 다니면서도 이렇게 책방 사장님들, 책방지기분들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어려워하지 않았고 사장님이 많이 바빠 보이지 않으면 자연스레 말을 걸곤 했다.     

 

나는 역시 낯을 잘 가리진 않나봐. 물론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렇지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적던 중이라서, 이런 것도 나의 장점이겠네 하고 메모를 했다. 친화력.      


한창 만들다보니 2시가 넘고, 3시가 넘고.. 창밖을 보니 날이 맑고 좋았다. 짐 없이 그냥 돌아다녀도 참 좋은 날씨겠네! 이걸 내일까지 이어가면 나는 내일도 이 작업을 하느라 오후를 보내겠구나, 깨달았다. 오늘 다 해버리자. 집중해서! 스콘을 하나 시켜서 또 마시면서 만들었다.      


결국 어떻게든 만들었고, 지원하기를 완료했다! 와아아아아.      


사장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밖을 나섰다. 근처 농협에 하나로마트가 있어서 장을 봤다. 숙소 근처엔 작은 구멍 가게 하나도 없는데! 마트를 발견하니 너무나 반가웠다. (아니 어제 1시쯤에도 이마트 신제주점을 다녀왔지만...) 내일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 문자를 받고, 앗 그렇다면 식량을 비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라면, 햇반, 냉동식품으로 나온 파스타, 오이를 샀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아주 조금만 숨을 고르고 달리러 나갔다. 해가 지기 전에 바다에 가서 달리고 와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조금 급했다. (나중에 집에 들어오고나서도 1시간 정도 지나고 해가 졌다. 좀더 여유로웠어도 되었을 듯.) 그래서 산책없이 오로지 달리고만 왔다.      


6분 달리니 바닷가에 다다랐다. 계속 숙소에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역시 더 아름다운 바다! 바다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구름 사이사이 비추는 햇살이었다. 바라보고 사진 찍고, 동영상으로도 남겼다. 바다를 왼쪽에 끼고 풍경을 바라보며 달렸다.      


2022년 첫 달리기를 제주에서! 


바람의 방향과 다르게 달렸더니 더 힘이 들었다. (숙소 방향으로 가려면 그 방향이어야했기에...) 근데 생각보다 20분이 길었다! 달리는데 숨이 찼다. 3주만에 하는 달리기라 그런가... 체력을 키워야겠다 정말.      


숙소에 와서 까르보나라와 오이 그리고 와인을 마시며 넷플릭스를 봤다.      


방에 들어와서는 다이어리도 적어보고, 이것저것 하다가 명상을 했다. 


너무 피로해선지 8시쯤엔 결국 잠이 들었다. (새벽 늦게 자고 5시간 반만 잠...)     


근데 50분쯤 지났을 때 1층 사람이 들어올 때 소리가 좀 커서 일어났다. 몽롱~ 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책을 읽고, (<움직임의 뇌과학>, <초인적 힘의 비밀>) 그러다 클래스101 곽정은 작가의 명상 강의를 들었다.      

쓰고보니 참 열심히... 서울에서보다 더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같은데?     


보라야, 오늘은 여행 같지 않고 정말 워크샵 같다, 그치?     


고생했어. 이제 11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는 좀 쉬고, 부디 오늘은 새벽 늦게 자지 않기를.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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