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고 영화보고 산책하고 영화보고 글 올린 날

[구보라씨의 일일] 1월 31일 '쓰고나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by 구보라

1월 31일 월요일에는 8시 30분쯤 일어났습니다. 요즘의 제겐 이 정도면 빨리 일어난 셈입니다. 자는 시간이 늦어져선지 보통 9시 정도 늦으면 10시에 일어납니다. 마음은 언제나 8시 정도이고 알람도 해두는데 자기 직전에 알람을 수정하는 편... 겨울이라 이런 것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은 좀 이렇게 루즈해졌는데 그러나 부지런한 편이라서 아침에 일정이 있으면 당연히 잘 일어납니다. 일어나야 하니까요.


청소

아침을 아빠와 맛있게 먹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금요일에 집에 내려왔으니 금, 토, 일, 월 4일째가 되었는데 집 청소를 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일요일엔 그걸로 아빠랑 좀 말다툼도 했구요) 아빠도 해야겠다 싶었는지 TV를 끄고 같이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할 때 기분도 전환시킬 겸 LP를 틀어두었습니다. 지난해엔가 아빠에게 필요한 게 뭐있지 생각하다 10만원 미만의 LP 플레이어를 샀는데 잘 산 것 같습니다. 아빠가 젊은 시절에 모아둔 LP판이 많습니다. 몇 장이라고 해야하지... 세어봐야겠지만 세워둔 양이 한 팔 가득 정도입니다.

예-전에 쓰던 커다란 전축이 집에 있어요. 그런데 이사하면서 그 전축을 연결해두지 않았고.. LP판이 방치되다가 작년부터 드디어 한번씩 재생됩니다.


영화 그리고 뜻밖의 달리기

청소를 1시간 정도 하다보니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원래 오늘 영화를 볼까 싶었었기에 잠시 영화 시간표를 검색해보았습니다. 11시 반 무렵에 영화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해적>이 거의 독과점처럼 롯데시네마에 잔뜩 있었거든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10시 50분이 있고 그 이후엔 12시였습니다. 흠... 12시에 보면 2시... 점심 시간이 애매한데 싶기도 하고, 그냥 지금 빨리 움직여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빠에게 얼른 나갈 준비를 하자고 했습니다. (영화 시간 말 안 하고) 그렇게 40분이 되었는데 영화가 50분이니까 지금 나가자고 (하하하) 하고, 제가 잠시 집에서 챙길 게 있어서 아빠보고 먼저 걸어가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42분쯤 아빠가 출발했습니다.


곧바로 따라갔는데 저 앞에 있던 아빠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그냥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알고보니 집 앞 신호등 불이 바뀌기 전이라서... 그래서 아빠가 뛰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었구요. 신호등을 건너고 다시 다음 신호등까지 또 막 뛰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신호를 잡을 순 없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기다렸습니다. 조금 웃겼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영화를 보러가다니.


그렇게 갈 생각을 했던 이유는 집에서 영화관이 꽤나 가깝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지도로 검색해보니 600m. 영화 앞에 광고 시간도 있으니 11시 전에만 가면 되겠고,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 역시나.. 롯데백화점 1층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48분이었습니다. 신호가 있었음에도 달려서 잘 도착한 것 같습니다. 영화가 11시 시작이라는 직원의 말에 안도를 하며, 둘다 땀을 닦아내며...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조금 있었습니다. 1/3 정도는 있는 느낌이랄까요.


너무나도 오랜만에 아빠랑 영화관을 같이 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안 갔으니 2년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와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기 어렵고 그럴 때 영화관 가는 게 그래도 유일한 즐거움이기도 했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가 이번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코로나 조심을 해야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조면 (10시 50분도 조조더라구요) 사람이 덜 있겠다는 생각에 갔는데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정말 재미만을 위해 만든 영화구나~ 생각하면서 그냥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 보는 게 전공인데, 이런 대중 영화 볼 땐 전혀 촉을 세우지 않고 그냥 봅니다.)


영화관 가까이 살면서 그동안 그 편리성(?)을 누리지 못 했는데 오늘은 그 덕분에 급히 영화도 잘 보러왔다고 생각하며 만족했습니다.


낮잠과 산책

집에 와서 밥도 먹고, 1시간 정도 낮잠까지 잤습니다. 그리고 걷고 오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그냥 가까운 공원을 두 바퀴 정도 걷고 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공원 앞 빵집에 들러서 무화과 빵이랑 카스테라를 샀습니다. 집에 내려와서 이런 빵 종류를 안 먹었더니 조금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빵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하하...)


영화2

저녁을 먹고 채널을 돌리는데 영화 <싱크홀>이 이제막 시작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볼까? 싶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재난 영화인데 코믹하게 풀어내서 재미는 있었지만, 마지막에 그래도 희생자가 나오는 걸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재난으로 인해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은 이런 영화는 도저히 보지 못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영화의 소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감독이나 영화 제작진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엄마가 암에 걸린다’ 이런 설정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감동을 자아내는 장치로 너무나도 쉽게 소비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런 설정을 취하는 영화들은 심지어 ‘신파’입니다. 눈물, 콧물 줄줄 자아내려고 노력하고, 엄마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평면적이고, 자식은 엄마에게 관심없고 지만 알고 살다가 갑자기 엄마가 암인 걸 알고 바뀐다거나... 그런 영화는 싫습니다 정말. 아무튼, 그런 맥락에서 재난 영화도 연출할 때에도 어떤 설정을 쉽게 소비하고 신파로 만들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10시 반이 되어서 방에 들어왔습니다. 브런치에 1월 30일의 기록을 1, 2편으로 나누어서 올려보았습니다. 엄마 이야기를 적었는데 무거워서 사람들이 별로 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올렸습니다. 그러나 쓰고 싶고 올리고 싶으니 결국은 올렸습니다.


유튜브

자기 전에 요즘 거의 루틴처럼 하는 게 있습니다. 유튜브로 자취남 영상을 보고, 유부남 채널의 영상까지 보다가 12시 40분 넘어서 잠 들었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날짜는 2월 5일. 31일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데, 많이 밀려있어서 '짧게 쓰고 올려야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쓰다보니 길어지네요. 그리고 쓰고나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영화 부분에서 저런 생각을 제가 쓸 거라 예상을 잘 못 했었어요. 머리에 언제나 있던 생각이지만요. 자연스럽게 쓰다보니, 적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마땅히 이날 찍은 사진이 없어서... 사진이 없네요. 다음에는 사진도 찍어둔 게 있으면 같이 올려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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