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산책하며 엄마를 떠올린 날

[구보라씨의 일일] 1월 30일(2) /

by 구보라

앞의 (1) 글에서 일요일에 아빠랑 산책하면서 엄마 이야기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침대에서 잠을 잤거든요. 원래는 침대 아래에서 자다가, 그 공간에 책상을 두면서 침대에서 잤어요. 침대는 엄마가 쓰던 공간이고, 그래선지 거기선 잠을 자지 않다가 이번엔 창원에 일주일 이상 있어서 책상이 필요했습니다. (옷방에 책상에 있었는데 그 방은 쓰지 않아서 냉골..)


여튼 그래서 침대에서 자다보니 엄마 생각도 더 많이 나고, 엄마가 돌아가시기 3일 정도 전에 아예 말조차 못 하게 되었던 그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뭔가 마지막으로 하려는 말이 있었는데 부정확하고 목소리가 약해서 잘 안 들렸거든요... 안타깝게도 옆에 이모랑 외삼촌도 많았는데 다들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빠도 마찬가지고요. 엄마는 죽을 힘을 다해... 정말 죽어가는 상황에서 하는 말이었는데 그쵸. 저는 들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못 들었어요. 녹음이라도 해둘걸 싶습니다.


이때 생각이 나서 자기 전에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어요. 너무 답답해서요.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딸내미도 제 말을 안 들어주네, 못 알아듣네 하고요...


후. 이걸 이렇게 글로 남기는 건 처음인데 쓰면서도 심장이 아프네요.


이 이야기를 아빠한테 걸으면서 했죠. 엄마가 얼마나 답답했겠노, 하면서요. 고향에 오면, 아빠랑 말을 하면 자연스레 사투리가 나옵니다. 암튼... 아빠한테 제 말이 얼마나 닿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빠와 그다지 막 감정이 잘 소통되는 사이는 아니거든요. 아빠가 의지되는 사람도 아니고요. 의지가 됐다면 엄마가 그렇게 아프고 상태가 안 좋았을 때도 의지가 됐겠죠? 전혀. 아빠가 제 말을 제대로 듣고 공감하는 리액션을 막 취해주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말 할 사람이 아빠밖에 없잖아요. 그 공간에 있던 사람 중에서는 그래도. "내가 말할 사람이 아빠밖에 더 있나"라면서 그냥 말했어요. 벽보단 나으니까요.


집에 가끔씩 내려왔을 때도 엄마 이야기를 잘 안 하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한 마디 덧붙였어요. 엄마 평소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라고. 죽었다고 이야기 안 하는 게 아니라.


암튼... 이것도 제 삶의 일부겠거니 생각해야죠 뭐. 엄마랑은 200%의 사랑을 나누고 공감하며 살았던 딸인데 아빠는... 생략. 아빠가 이 글을 보더라도 그저 끄덕일 것 같습니다.


엄마가 이 모든 것 훌훌 떨치고 편안히, 하늘에선 지내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전하려던 말은 꿈에서라도 전해주면 좋겠어요.


뭔가 번호였는데...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라는 것이었는지. 그런 거라면 그 자리에 있던 외가 사람들이나 아빠랑 나 말고 누군가였던 거겠죠 그쵸...


흠... 주위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미리미리 잘 표현하면서 살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딘가 아프지 않더라도 말이죠. 사람 일이란...


아! 그렇다고 제가 엄청 어두운 사람은 아니에요.


이런 어두운 일을 겪다보면 삶의 밝은 면도 더 잘 느낀답니다. 평범한 일상도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음력으로 2021년 마지막 날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네요. (1월 31일 글은 내일 올릴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계속 매일매일의 기록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꾸준함의 힘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렇게 제 삶을 기록하면 저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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