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처음 연애를 했다. 대학에서 다른 과였지만, 동아리 비슷하게 함께 활동하는 곳에서 만났다. 처음엔 그냥 ‘조금 웃기는 오빠’로 다가왔다. 그런데 계속 함께 부대껴야만 하는 일이 많다보니 그 사람의 매력이 보였다. 잘생긴 것도 아닌데, 웃기니까 계속 보고 싶고 궁금한 사람. L 오빠.
안 지 한 달이 지났던 7월 초 무렵, 처음으로 둘이서만 만났다. 일종의 데이트였던 셈. 그때는 썸이라는 말도 없었으니, 서로의 마음을 대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호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볼만한 영화가 있다며, 같이 영화를 보러 갔다. 전공이 영화 관련이어서, 그 영화를 봐야한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영화를 같이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보는 내내 오른쪽의 L 오빠가 신경이 무척 쓰였는데, 그 와중에 오빠의 손이 애초 목적지가 아닌, 나의 팔꿈치로 향했던 기억... (왜 손이 아니라 팔꿈치지 실망하면서도 귀여웠다.)
우리 둘 다 학교 안에 위치한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기숙사까지는 매우 고즈넉한데, 같이 걷던 그날의 여름밤 공기와 내 마음도 기억이 난다. 굉장히 설렜다. 수줍음이 많은 나였지만, L 오빠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너무 분명했기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 사람이랑 사귀어야겠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걷는 내내 L 오빠가 먼저 사귀자고 하진 않았고... 그대로 기숙사로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물어봤다.
“오빠,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스무살의 나는 거칠 게 없었네? 이렇게나 엄청나게 확신에 차 있는 질문을 했다니.
사귀면서 있었던 일들은 이제 거의 까마득한데 이 때는 기억이 난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라서 그런 거겠지. 벌써 11년 전. 설렘을 느낀 지 너무 오래돼서, 11년 전 기억을 소환해봤다. 그리고 이 날의 저 멘트는 글로 꼭 한 번 옮겨두고 싶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