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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너머

인천여행 : 개항 누리길, 역사박물관

by 피터정

'인천 개항 누리길'은 한국 근대역사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여행하며 조명할 수 있는 박물관 같은 장소다. 그리고 140여 년 전, 개항과 함께 '항구 도시 인천'은 한반도 신문물의 역사를 느끼기에 좋은 여행지 이기도하다.


지리적으로 서해바다와 한강의 길목인 인천은 근대사에서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곳곳에서 많이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인천 개항 누리길'을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시간여행자가 된 것 같다.


지역은 중국문화권인 차이나타운과 일본문화권인 개항장 거리로 크게 나뉜다. 그 경계는 청일조계지 계단이다. 계단을 장식하는 조형물도 중국풍과 일본풍의 형태로 각각 조각되어 있다. 말 그대로 문화권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계단길이다.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걷다 보면, 중국풍 건물에서 일본식 적산가옥으로 하나의 길을 경계로 구분된다. 나는 이곳을 자주 지나갔지만, 이번에야 발견하니 더 신기했다.


이곳은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 열강의 각축장이어서 서양문화의 흔적들도 곳곳에 남아있다. 현재는 일본식과 중국식 그리고 서양식 건물의 형태를 복원하여 카페, 식당, 박물관 등으로 운영한다.


경계길과 가까운 한국 최초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을 재현한 장소에 갔다. 이곳은 호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1관과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2관으로 구성됐다.


1관에서는 당시의 고풍스러웠던 대불호텔을 놀라울 정도로 재현했다. 서양식 엔틱가구와 조명, 카펫과 각종 호텔 집기들로 재현되었다. 모든 것이 서양식으로 제공되었고, 영어로 손님을 응대했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의 건축기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건물의 지하를 파내고 기초공사부터 건물의 구조와 재료를 전시한 코너가 있어서 더 실감이 난다.


1관과 연결된 2관 '중구생활사전시관'은 1960~80년대 인천 중구 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았다. 당시의 주택, 가게, 이발소, 다방, 극장 등 당시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나의 어릴 때 기억이 떠올랐다.


비교적 높은 언덕에 있어서 인천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제물포구락부'도 개항장 거리의 명소중 하나다. '구락부'라는 말은 '클럽(club)'에서 유래된 말로 개항기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었다. 건물 내부는 영국의 퍼브처럼 꾸며져, 식음료와 함께 당구등을 즐길 수 있는 당시를 재현했다. 당시 특별한 사람들만의 사교공간이 지금은 모두에게 열린 체험관이 되었다.


제물포구락부를 나와서 언덕길로 내려가니 '인천개항박물관'이 보인다. 이 건물은 대리석 외관과 돔 형태 지붕이 특징인 르네상스건축양식의 옛 일본제 2 은행이다. 입장해서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전시관의 고증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최초의 경인 철도 관련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개항장 일대의 당시거리 모형이 있어 옛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일본 문화권을 지나 중국문화권인 차이나타운으로 건너가니 붉은빛으로 가득 찬 거리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붉은색은 중국인들에게 행운의 색이다. 자연스럽게 길을 걷다 보면 중국식당을 많이 만난다. 그중 한반도 최초로 짜장면을 선보인 공화춘도 있다. 본래의 공화춘 건물은 짜장면 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예전 주방과 접객실을 그대로 재현한다. 들어가 보니 음식모형과 요리하는 주방장, 짜장면을 먹으러 온 가족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빈자리가 하나 있어서 그 틈에 들어가 사진 찍기 좋다.


아랫길로 내려와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함께 있는 한중문화관에 갔다. 이곳은 주로 문화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장소다. 1층은 갤러리로 회화, 조각, 공예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2층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 문화, 경제, 사회 등으로 구성되었다. 3층은 중국의 역사를 시대별로 구성했고, 마지막 4층에 있는 공연장은 각종 문화강좌를 위한 공간으로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한중문화회관을 끝으로 이번 인천여행을 마무리했다.


모처럼, 한나절 시간을 내서 일본과 중국등의 문화를 한 장소에서 접하니 시간여행과 함께 생생한 역사공부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현실을 떠나고 싶을 때, 인천 개항 누리길에서 시간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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