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죽지 않는다, 잠시 사라질 뿐이다.

by 피터정

8월 한여름이라 더워서 단잠을 설치는 때가 많다. 최근 새벽 5시면 매미의 우는소리 때문에 일찍 잠을 깬다. 1기 신도시 2층 아파트인 우리 집은 나무가 풍성해서 주변에 매미가 더 많은 것 같다. 7월 말부터 매미들의 울음은 더 세차게, 새벽부터의 울음은 해 질 녘까지 계속된다.


이들이 그토록 우는 이유는 바로 짝짓기 상대를 찾기 위해서다. 매미는 땅속에서 애벌레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2~3주 정도의 짧은 생을 산다. 성충 기간 동안 짝을 찾고 번식을 해야 하다 보니 무척 바쁘다. 그래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 매미는 큰 소리로 울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암컷 매미는 울지 못하고 수컷 매미만 울 수 있는데, 수컷은 큰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 몸의 반절 이상을 울림통으로 비우는 진화를 해왔다. 관악기보다는 현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와 비슷하다. 처음으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를 발명한 사람이 어쩌면, 매미에서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집 주변 나무숲길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매미들의 합창대회에 초대받은 것 같다. 반면에 매미의 사체들도 많이 보인다. 한 번은 시간을 내서 매미들을 관찰해 보니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하나의 나무에 매미가 애벌레에서 탈피한 껍질만남은 허물이 많이 보인다. 어떤 나무에는 10여 개의 매미허물이 있는 것을 보면, 7년쯤 전에 암컷이 그 나무에 알을 낳은 것으로 추정되어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허물이 너무나 정교해서 자세히 보니 다리 하나하나 모두 잘 보존되어 있다. "어떻게 이렇게 허물만두고 몸만 쏙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감탄이 절로 난다

매미 애벌레의 허물은 한의학에서는 '선퇴'라고 부르는데, 파킨슨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무에 길게 늘어선 허물들을 관찰하다가 이들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장면을 촬영하는 행운을 만났다.

하나의 나무에 매미 허물이 있고, 바로 옆에 암컷 을로 추정되는 매미가 나무에 알을 낳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을 본 것이다. '찰칵'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이 사진에 멋진 제목을 붙이고 싶었으나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좀 식상하지만 "매미의 일생"으로 할까? 아니면 "매미, 7년 여정의 시작과 끝"으로 할까? 등등 생각하다가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 어릴 때 어른들은 매미가 오랫동안 고생해서 성충이 돼도 짧은 한여름만 사는 게 억울해서 운다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냥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매미에 대하여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다 보니, 매미는 준비기간에 비해서 짧게 사는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해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곤충이나 벌레를 잡아먹는 줄 알았지만, 이들은 나무의 수액이 주식이다. 조용히 알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성충이 되기 위한 준비를 땅속에서 하며, 성충이 되면 암수의 역할에 충실하게 생태계의 본능을 따른다. 그리고 역할을 마치면 생을 마감한다.


오늘 저녁부터 3일간 짧지만 거센 장마가 온다고 한다.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들이 많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의 짝짓기는 계속될 것이며, 임무를 마친 수컷들은 조용히 숲 속에서 잠자듯 사라질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땅속 어딘가에 나무의 뿌리수액을 먹으며 내년에 매미로 나타날 애벌레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잠시 사라질 매미들에게 그동안 숲 속의 현악기 연주 잘 들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