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테리엔(Robert Therrien) 전시

by 피터정

어린 시절 나는 걸리버 여행기 영화를 보며 내가 거인국에 가는 것을 상상했던 적이 있다.


미국 LA의 '더브로드' 미술관에서는 누구나 거인국의 집안을 체험하는 것 같은 전시를 볼 수 있다. 2015년 개관날부터 상설로 전시하는 미국 조각가 로버트 테리엔(Robert Therrien·1947~2019)의 ‘식탁 아래(Under the Table)’라는 거대한 작품은 거인국을 연상하게 한다. 가로 8m 높이 3m의 거대한 식탁과 의자들은 관객 10여 명이 동시에 아래로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크다.

이 작품 외에도 50년간의 작품 활동을 망라한 120여 점의 조각, 설치, 드로잉이 특별전 'Robert Therrien : This is a Story'로 함께 전시되었다.

작가는 식탁, 의자, 접시, 혹은 냄비와 프라이팬이 들어 있는 주방의 장식장 등 일상의 사물들을 과장된 크기로 확대해 정교한 조형물로 완성한다. 단순히 크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의 흔적들도 작품에 표현하기도 한다.

전시를 보다 보면, 잠시나마 ‘일상의 루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과 새로운 경험을 내게 선물하게 된다.

작가는 생전에 열쇠구멍 등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형태를 평생에 걸쳐 반복하고 탐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르셀 뒤샹의 변기 같은 '레디메이드' 개념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일상을 예술적 맥락으로 끌어들여 재해석하는 그만의 독특함이 느껴진다.

일상 속 평범한 사물들을 특별한 시각으로 변주하여 관람객에게 상상력을 유도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경이롭다.

한국에는 대전의 복합터미널에도 작가의 거대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