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전시

by 피터정

데미이언 허스트(Damien Hirst) 전시를 하는 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방문했다. 작가의 작품을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인체를 표현한 한 상설작품 '찬가'접하고 두 번째다.

작가는 포름알데히드에 담긴 동물 사체, 나비 날개 작품 등 파격적인 소재를 작품에 담아 주목받아왔다. 동시에 동물 윤리, 작품 제작 방식과 표절 의혹 등의 논란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창업가이자 예술경영가인 작가는 1997년에 '사이언스'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한때 120명의 직원을 고용했을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브랜드를 입은 작품들이 공장의 생산방식을 차용해서 제작된 것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작가의 회사는 가난하고 고독한 예술가들이 아닌 쾌적한 환경에서 다양한 예술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근무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가깝게는 앤디워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업방식에 가깝다.


이런 방식으로 예술과 경영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예술이 작동하려면 늘 돈보다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대표작의 동물사체 중 하나인 '상어'는 포름알데히드로 채워진 유리관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상어를 이렇게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수족관에서 만나는 상어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상어는 생명체고, 내 눈앞에 있는 죽은 상어는 작품'이라는 작가의 주장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초기에 최초로 발표되었고, 이후에도 같은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라는 책을 통해 작가의 상어에 대한 인터뷰를 보니 의외의 계기로 상어를 작품에 사용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를 보고 느낀 공포감을 작품에 표현했다. 지상 최상위 포식자 인간이, 공포감을 느끼도록 포름 알데히드로 바다의 상어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가 '죽음'이라는 큰 화두를 다양한 작품에 적용한 것과 맥이 연결된다.


이외에도 나비나 살아있는 파리 등을 활용한 작품들도 전시되었다. 이런 작품들을 제작하려면,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특정 기술이 필요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을 것이다. 작가가 직접 제작하기보다는 외부 시스템을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작품의 미학적 가치보다 자극적인 요소로 자본을 추구하는 상업적 예술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다. 마치 작품을 보고 심경이 복잡해진 관람객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 같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연사박물관을 자주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곤충표본과 박제된 뱅골호랑이를 보고 시각적인 강렬함에 놀랐다고 한다. 죽은 사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놀라웠을 것 같다. 이어서 그 놀라움의 대상에 생명이 없음을 깨닫고 "진실은 없지만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어린 시절에 느낀 경험을 되살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작품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직관적으로 다룬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묵직한 주제라서 작가는 직관적이고 파격적인 형식을 취했을 것 같다. 이런 시도는 논란과 함께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기능도 할 것 같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의외로 페인팅이나 조각 작품등 일반적인 형식의 작품들이 많다. 모두 보니 전시를 보기 전 작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관람객의 시선으로 보는 나의 느낌은 '삶'으로 받아들여졌다. 더 나아가서는 죽음 때문에 고뇌한 작가의 삶이 느껴진 전시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