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여행경험을 통해 나만의 여행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어표현으로 가볍게 가는 출장을 포함한 Trip, 해외여행 같이 먼 거리를 가는 Travel,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곳을 다니는 단체여행 같은 Tour 정도로 여행을 구분한다. 한국어는 모두 여행으로 단어를 통일하여 사용한다.
나는 위의 세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세 가지 중에는 Trip과 Travel을 좋아한다. 그리고 혼자나 두 명이 함께 다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세 명만 넘어도 각자의 취향이달라서 자신에게 충만한 여행을 하기가 어렵다.
그 외에 가벼운 나들이 여행을 좋아한다. 하루 시간을 내서 근거리를 다녀오거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투어 같은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 가족은 나와 아내 두 아들이다. 둘째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방학과 휴가철이 되면, 함께 일 년에 4번씩 여행을 갔다. 여름과 겨울방학 그리고 추석과 설명절 연휴마다 갔다. 심지어 두 아들이 중3, 고3 때도 여행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모두가 강요나 의무가 아닌 각자의 판단과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방학을 맞을 때가 되면 "아빠 이번여행은 어디로 가나요?"라고 물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여행계획을 세우며 바쁜 가운데 보람을 느꼈다.
이런 여행스타일은 나의 부모님에게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 어릴 때 나는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음을 나중에 알고는 나의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모든 면에서 가족여행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데리고다녀주셨다. 이는 분명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나는 많은 의무에서 벗어나서 아내와 둘이 여행을 자주 다닌다. 가끔은 나 혼자 또는 친구나 지인과도 함께 한다. 얼마 전 나의 전 직장동료인 친구가 운영하는 서울교대 근처의 회사에 방문한 적이 있다. 계획이 잡혔던 일정은 아니고 근처에 갔다가 연락을 했는데, 흔쾌히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 친구가 가끔 간다는 회사 근처 식당은 전라도 전통식당이었다. 음식을 대하니 마치 전라도에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는 일상인 식당이 내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의 루틴에 따라, 교대 캠퍼스에 가서 같이 산책을 하고 귀가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1년여 만에 만난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했으니 내게는 여행처럼 느껴졌다.
또 한 번은 경기도 의정부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근처에 사는 전 직장 선배님께 안부 연락을 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지역의 맛집과 카페투어를 시켜주었다.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만남과 경험이 여행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만한 하루를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의 여행스타일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소개할 글들에서는 ‘여행 너머(BeyondTrip & Travel)’라는 테마로 다양한 여행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너머’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일상의 삶과 별개가 아니다. 일상에서 '삶의 일부로 여행과 삶이 균형을 이룰 때 삶도 풍요로워진다'는 나의 표현이다.
그래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어떤 기억을 돌이켜볼 때, 그때가 여행이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오랜 여운을 남기는 순간들도 여행으로 기억된다.
요즘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 파이어족 같은 새로운 삶의 형식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게 맞는 나만의 여행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나에게는 ‘여행 너머’가 더 잘 어울린다”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