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LA 근교의 헌팅턴 라이브러리를 방문했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 오래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역의 귀족저택에 방문한 느낌이다. 귀족의 개인도서관 같은 공간을 비롯하여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물원, 오래된 저택,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특별 전시회, 독특하고 역사적인 문학과 미술 작품이 있는 공간이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라고 불리지만 브로슈어나 홈페이지등에 소개된 정식명칭은 '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Botanical Gardens'로 표기되어 있다.
이곳은 외부에서 보면 내부를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게이트를 지나 내부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입구에서 입장하는 과정이 마치 대부호의 파티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랬을 것 같다.
설립자이자 철도와 부동산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헨리 헌팅턴이 평생 수집한 고서와 문화재를 전시한다. 그리고 헌팅턴 일가가 생전에 살았던 저택을 미술관, 도서관, 식물원으로 활용해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느낌이다.
도서관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서관처럼 높은 천장에 2층까지 고서가 가득하다. 11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원고, 고서, 사진, 인쇄물과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상적이다. 설립자는 고서에 관심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수집한 것 같다.
역시 헌팅턴의 생존 시에는 집으로 사용했던 미술관에는 18, 19세기 영국과 프랑스 미술 작품과 가구 및 생활용품 등이 있고, 17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평소 사진에서만 보았던 작품의 실물들을 직접 보고, 이런 실물을 개인소장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당시에는 서재로 사용하던 도서관에 이어서 저택에 실제로 사용된 미술품들을 매일 접하고 살았던 헌팅턴의 가족들을 상상해 보았다.
정원은 중국 및 일본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공간과 다양한 테마를 갖춘 식물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실내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식물들이 야외정원에 있어서 이곳의 기후와 잘 어울린다. 헌팅턴 일가가 묻힌 가족묘지도 있어서 ‘헌팅턴 일가의 삶’을 대중과 나눈다는 느낌도 든다.
이곳은 예약을 필수로 하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모처럼 이런 장소에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서거나 오래 대기하면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한 가족의 저택이었던 곳곳을 걸어서 다니면서 미국부호의 삶과 개인이 다음 세대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