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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규간호사J Aug 03. 2023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사실 나는 나이만 먹었어요

아침을 부실하게 대충 먹고 저녁이 되자 배가 너무 고팠다. 혼자서 당당하게 동네 맛집 수제비 집을 찾아 수제비를 한그릇 시키고 호롭호롭 소리를 내며 ‘에이씨.. 칼국수 시킬걸'  혼자 생각했다. 동글동글하지 않고 넓적하게 밀린 투박한 수제비와 포실포실한 계란, 둥실둥실 유랑하는 미역 사이사이를 조심스럽게 침투한 밥경찰 당근과 애호박들 그 사이로 숟가락이 왔다 갔다 하며 다소 추접스럽게 식사를 했다. 맛집이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아이들과 어머니는 테이블에 적혀있는 한자를 읽으며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건 사람인人이잖아 이 한자는 뭐게?"


"음... 아.. 알 거 같은데!!"


테이블 위 한자들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맞은편 테이블에도 음식이 나왔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맛있겠다~~!!"


좋음과 그름이 순수하게 나타나던 어린 시절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싶었다.

음.. 근데 나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나?


사실 "어른"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나는 어른인 나이에 속하지만 그냥 태어난 이후로 시간만 흘렀을 뿐이지 어른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나쁜 생각과 말을 내뱉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하면... 그래 요즘따라 소화가 잘 안 되고 밥을 먹고 나서는 바로 눕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어른인가?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한 지금의 어른인 나는 이미 성공했고 좋은 차도 있으며 내가 산 아파트에서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는 그런 멋진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부모님 도움이 없으면 방 한 칸 얻기도 힘드며 밝은 내일보다 닥쳐올 힘든 상황들에 머리가 아픈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들은 벌써 저기 가있는데 나는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불안함이 나를 덮쳐오기도 한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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