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 관계의 온도
25.10.30 오늘의 기록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Steal The Show - Lauv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던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도, 할머니가 젊으셨을 때도 있었던 곳이에요.
밀양에 있는 ‘아줌마 우동’이라는 집인데, 아직도 그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저는 그 장소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 댁에 가는 주말이면 웬만하면 꼭 들릅니다.
가격도 착하고, 양도 많고, 튀김이 들어가서 맛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예전보다 맛이 변했다고 아쉬워하시지만
저는 그 공간이 주는 추억 때문에 여전히 좋습니다.
지금도 거기 가면 곱빼기를 먹어요.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이유는,
사실 그런 가게가 한 군데 더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자주 가던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야, 오늘 떡볶이 먹으러 가자” 하면 항상 그곳으로 갔죠.
할머니 한 분이 혼자 하시던 곳이었는데,
처음엔 가게가 아니라 빨간 천막 아래 포장마차 같은 곳이었어요.
밀떡으로 만든 떡볶이였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워낙 맛있게 잘 만드셔서 입소문이 나고,
결국 가게를 내셨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로는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땐 맛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장소가 바뀌어서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아줌마 우동’은 저한테 그 반대였어요.
맛이 조금 달라져도 그 공간의 냄새가 그대로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맡았던 냄새, 익숙했던 분위기—그게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저는 여전히 맛있게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의 맛보다 공간이 주는 감정이 더 중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맛도 중요하지만요.
제가 지내왔던 공간들이 자꾸 떠오르는 건
아마도 지난날들을 떠올리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좋았던 친구들, 좋았던 사람들…
지금은 왜 이렇게 멀어졌을까, 왜 함께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냄새나 느낌이 사라지면,
우린 자연스럽게 그곳을 찾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그게 저일 수도 있고, 상대방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모두일 수도 있겠죠.
얼마 전에도 ‘아줌마 우동’에 가서 곱빼기를 먹고 나오는데,
어떤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물으시더라고요.
“여기 맛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한테는 맛있어요.”
저에게는 여전히 좋은 공간이고, 좋은 장소니 까요.
아마 제가 오래된 공간들에 대해 자주 회상하는 이유는
그곳들이 저와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제가 느꼈던 기억을 다시 꺼내게 해 주고,
어떤 곳은 사라지면서 그때의 감정도 함께 희미해지죠.
인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좋은 인연이든 지나간 인연이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점점 희미해지는 법이니까요.
물론 상처나 아픈 기억은 오래 남지만
좋은 추억만 두고 본다면,
어떤 한 사람과의 좋은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기억,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는 오래된
장소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아쉽지만 지난 인연에서 점점
좋은 기억과 좋은 추억이 흐려져 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