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먼 길을 떠나 나로 다시 돌아올 예정

사람 냄새를 들으면서

by 홍시은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추천 Back number - 水平線(suihei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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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탄 라피트를 타고 난바로 향하던 길,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깝다면 가까운 일본이라는 곳도

조금만 더 세상을 나가 바라보니 이렇게 다른 모습인데,

내가 늘 바라보는 시선과

나도 모르게 굳어져 가고 있을 나의 생각과 확신은

유튜브 알고리즘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도 내가 찾고 싶은 것,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을 계속 보여준다.

유튜브만 열어도 여태까지의 내가 보인다.


어제의 내가

‘아, 이런 걸 내가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이런 걸 왜 궁금해했던 거지?’라고 느낄 때도 있다.


알고리즘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걸 끊임없이 제공해 주려고 하니까.

내 안의 고집과 생각,

내가 분명 내린 답과 원하는 답을

괜히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처럼

막상 일본에 도착해서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의 생각과 시야는

얼마나 내가 아는 곳에,

얼마나 좁은 곳에 머물러 있었던 걸까.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바 거리를 걷고

이틀째에 걸었던 교토 거리를 걸을 때는

그 많은 사람들 속을 걷고 있는 게 참 좋았다.


친구 말로는

하루에 2만 6천여 보를 걸었다고 한다.

다리가 정말 아프고 지끈거렸지만,

그럼에도 참고 걷고 또 걸었던 이유는


다른 문화와 거리를 느끼며

그 안에 속해 있는 게 설레기도 했고,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면서

그 편안함을 계속 느끼고 싶었던 탓이기도 할 것이다.


정작 내 자리가 있는 한국과 달리,

하물며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아니, 어쩌면

너무 무뎌져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언어 소통의 벽이 있음에도

내 옆을 든든히 지켜준

함께 여행 온 친구들,

그리고 나의 통역가 ‘파파고’.


그들과 함께 돌아다닌 일본 여행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명한 돈카츠 집에

아침 첫 손님으로 들어가

음식을 기다리며

돈카츠가 나오기도 전에

하이볼을 세 잔이나 마신 하이볼 아저씨.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드셨고,

우리가 먼저 나오기까지

목격한 것만 다섯 잔이었다.


마지막 날, 와규 덮밥집에 들어가

밥을 먹기 전부터 흘러나오던

요즘 나의 최애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과 백넘버의 노래에

괜히 더 행복해졌고,


할 줄 모르는 일본어의 벽을 넘어

할 수 있는 나름의 언어 조합으로

“옹가쿠니 혼또니 스키데스!”

(음악이 정말 좋아요!)라고 전했더니,


활짝 웃으며 다행이라고 말해 주셨던 사장님.

정확히 다행이라고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렇게 전해졌다.

그리고 덧붙여

귀엽다고도 해주셨다. 이건 확실히 들었다.


이렇게 글을 적는 지금도 그렇다.

아름다운 도시, 풍경, 장소, 먹거리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따뜻했던 사람들이다.


아마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시 또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그 사람이,

그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

떠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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