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를 찾아서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추천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 Michael Bublé(마이클 부블레)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가 붙잡고 있는 꿈을 그저 합리화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만화 원피스 속 루피가 찾게 될 원피스처럼 이미 일찍 찾아낸 걸까.
기적처럼 손에 쥐고 있는 ‘나만의 원피스’를.
(사실 고백하자면, 원피스를 아직 다 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여전히 쵸파의 이야기쯤에 머물러 있다.)
20대까지의 나는, 어른들의 세상을 두 개로 나누어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한 세계는 내가 동경했던 삶이다.
노력과 열정으로 기회를 붙잡고, 성장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꿈을 이루며 사는 삶.
또 다른 세계는, 내가 단 한 번도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는 삶이었다.
현실과 타협해 꿈을 포기하거나, 꿈을 꾸지 않고 살아가는 삶.
그때의 나는 그런 어른을 보며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꽉 막힌 삶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 할머니. 나에게는 엄마인 사람.
할머니는 나를 끔찍이 사랑하고, 끝없이 걱정하고, 늘 보살펴주신다.
아프다고 한마디만 해도 일주일 내내 걱정 전화를 하신다.
그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나는 분명 복 받은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복에 겨워서 불편한 감정이 들 때가 있었다.
어릴 땐 그 희생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가끔은 숨이 막힐 때도 있었다.
“할머니도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해도, 할머니는 늘 돈을 모으신다.
언젠가 혼자 남게 될 나를 위해서.
아마 그 환경 속에서
나는 세상의 어른을 둘로만 나눠버렸던 것 같다.
‘나는 저 길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강박까지 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삶은 정말 꿈을 포기한 삶일까?
그건 단지 ‘합리화’ 일뿐일까?
아니었다.
나의 멍청한 색안경이었던 거다.
누군가의 꿈을
내 기준에 맞춰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어떤 이의 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을 이루려고 사네
어떤 이는 꿈을 잊은 채로 살고
어떤 이는 남의 꿈을 뺏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은 없는 거라 하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방식의 꿈이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이게 옳다”라고 말한다.
뒤이어 나오는 가사에서 이야기해 주신다.
‘나는 누굴까?’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걸 꿈꾸는지, 안 꿔도 괜찮다.
아니, 아무 꿈인들 어떠하리.
그리고 이제는 알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꿈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꿈은 나였다.
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꿈.
늘 지켜오고 가까이에 두는 꿈.
그런데 정작 나는
늘 말로만 ‘가족이 우선’이라 말하면서도
일과 음악을 먼저 두고 살았다.
쉬는 날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작업에 가 있었고,
정작 할머니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편안하게 쉬지는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보인다.
그리고 감사하다.
지금이라도
내 원피스가 당신이라는 걸,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들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따뜻하게, 아주 야무지게 보낼 예정이다.
할머니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고.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