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추천 Charlie Puth(찰리 푸스) - Left Right Left
글을 시작하기 전에 새해 인사를 드리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건강 먼저 챙기시며, 좋은 하루하루 다 같이 보내어요.
새 해, 똑같은 나의 첫 출근과 시작
새해를 맞이하고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1월 2일.
연말에 아파서 며칠 못 간 헬스장, 그리고 연말 분위기에 취해, 아니 술 때문에 쉬어버린 날들이 겹쳐 죄책감이 들어, 오늘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헬스장에 갔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탈의실에 들어가다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 가는데, 처음부터 늘 보아 온 분이라 익숙하다.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분이다.
신발장 앞에서 눈이 마주치자 아주머니가 흐뭇하게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마치 “오, 쉬지 않고 왔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주머니는 이미 운동을 마치고 나가시는 길이었다.)
눈빛으로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말까지 함께 전해 주신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먼저 그렇게 인사하고 싶어서 바라본 순간이었는데, 되려 내가 좋은 기운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아주머니와 난 눈으로 하이파이브를 한 것이다.
아주머니와의 인연은 사소하지만 몇 번 있었다.
운동 초반, 닿기 어려운 기구를 내려 달라며 부탁하셨던 때가 첫 만남이었다. 아주머니는 기억 못 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꾸준히 나오시는 분이라, 가끔 시간이 겹치면 괜히 경쟁하는 기분이 든다.
한 번은 내가 무거운 바벨 원판을 옮기고 있을 때 대신 들어주시기도 했다.
그때 ‘저도 나름 2년 차 헬린이인데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싶었다.(나의 라이벌이니깐)
그런 아주머니를 새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보니 괜히 마음이 좋았다. 편안했다.
이 헬스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은 트레이너 코치님이다.
PT를 받지는 않지만, 타임마다 상주해 계셔서 종종 인사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헬스장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헬스장 스피커에서 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처음엔 익숙한 멜로디라 싶었는데, 곧 내 목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순간 너무 놀라 혼자 괜히 자랑도 하고, 스토리에도 올리고, 한 때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다.
누가 틀어 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고마웠다.
그때 나는 기운이 많이 빠져 있던 시기였는데, 그 상황이 이상하게 큰 위로가 되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어, 힘내’
라고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깊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인지, 이 헬스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운동이 좋아지는 이유도, 아마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작은 목표가 하나 있다.
언젠가 ‘실수로 성공’해서 대구를 떠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곳을 떠나기 전에 편지로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런 로망, 누구나 조금쯤은 있지 않을까.
그때 떠오를 사람들, 그리울 공간, 쿨한 척 뒤돌아 떠나는 나의 뒷모습. 여기까지 하겠다.
예전에는 반복되는 출근길과 똑같은 하루가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불안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그 비슷한 날들이 나를 느슨하게 만든다. 숨을 편안히 쉬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같은 일상 속에서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시작’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거창하게 들려 부담스럽기도 했다.
시작과 동시에 뭔가를 빨리 이루어야 할 것 같은 압박,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생기는 불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해 스스로를 탓하던 순간들.
이젠 시작을 그렇게 크게 두지 않으려 한다.
그동안 낭비해 오던 것들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
그리고 같은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현명함을 가지되,
‘똑같다’는 이유만으로 내 삶을 미워하지 않기.
그게, 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다.
시작을 만약 나처럼 겁내는 사람이 있다면
감히 이야기해주고 싶다.
거창하지 않은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