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시작하니까

나를 위한 기록6 - 63빌딩 뷔페

by 나를기록하다

고등학교 1학년 쯤 엄마가 물었다.

"63빌딩 뷔페에서 밥 먹고 오지 않을래?"

아마 친구분이 63빌딩 뷔페 티켓을 선물해준 모양이었다. 고민할 거리도 없이 엄마의 제안을 승낙했다.

생전 비싼 음식점에 갈 일이 없던 나에게는 꽤나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설렘 반 긴장 반인 느낌으로 엄마손을 잡고 63빌딩으로 갔던것 같다.


63빌딩 뷔페에서 자리를 안내 받았던 나는 느껴본 적 없는 스케일에 한 번 놀라고, 비싸보이는 분위기에 또 한 번 놀랐던 것 같다. 놀라기만 한게 아니라 내심 위축도 됐던 것 같다. 다들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반해 나는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엄마를 따라 쫄래 쫄래 따라다니던 나는 따라가면서 봤던 음식들에게만 손이 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행동이었지만 그 때의 나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나보다. 사람은 긴장하고 위축되면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나는 그랬다.


조심스레 엄마에게 하나 둘 어디있는지 물었다. 일하는 직원에게는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 하루종일 엄마에게만 물어본 것이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엄마의 눈에 보였을까?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것은 창피한게 아냐. 부끄러워 하지말고 직원에게 물어봐"

정말 평범한 이 한마디가 아직도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 작고 부끄럼 많은 소년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이 안에 다 들어있는 것이다.


그 뒤로 여자친구와 음식점을 가도, 혼자서 여행을 가도, 여자친구와 여행을가도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물어보면 되니까. 정말 부끄러운 것은 사소한 걸 모르는 내가 아니라, 모름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나는 물음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고마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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