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록5 - 가족 여행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너무나 익숙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생소한 장소에 있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을 갖게 해주니 직장인인 나에게는 1년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여행의 묘미는 같이 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같이가는 그 사람마저도 평소보다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항상 보던 지겨운놈들이 그저 고맙고 소중한 놈들로 만들어줬고, 여자친구와의 여행은 사소한 데이트를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바꿔줬다. 가족여행은 때로는 고마움을 잊고 당연한 존재이던 가족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보물임을 다시 깨닫게 해줬다. 그래서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꼭 각각의 여행을 모두 가보길 추천한다.
나의 첫 가족여행은 통영-거제 여행이었다. 23살 군대를 전역한 해에 우리가족은 내가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가족여행 이라는 것을 했다. 거창한 해외여행은 아니었지만, 같이 집을 떠나 다른곳에서 잔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남들은 피곤하고 번거로운 여행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참 벅찼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여행이 참 생생하다.
1박에 7만원 남짓하던 팔색조 펜션. 지금 보면 수많은 오래된 펜션 중 하나였지만, 항상 어두운 반지하에서 지내던 우리 가족들, 특히 우리 어머니는 참 좋아라 하셨다. 요즘도 예전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입 밖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곳이다.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들렸던 이름 모를 간장게장 음식점. 돈이 넉넉치 않아 간장게장 조금에 간장새우장으로 배를 채웠지만, 아직도 그때의 맛은 잊을수가 없다. 아마 지금은 서울 강남의 유명 간장게장 음식점을 간다고 해도 그 맛을 내지 못할거다.
외도에 가기 전 먹었던 이름모를 음식점의 충무 김밥. 급하게 포장해와 4명이서 허겁지겁 한입씩 먹었던 그 충무김밥 역시 결코 잊지 못할 천국의 맛이었다.
내 첫 가족여행은 혹시라도 내가 잊어버릴까 내 머릿속에 온 힘을 다해 들어왔고 곳곳에 자리잡았다. 아마 이 여행 이후로 스스로 다짐했던 것 같다. 다음엔 가족을 모시고 꼭 해외여행을 가자고. 그래서 나는 끊이지 않고 가족여행을 간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우리 가족의 앨범을 더 화려하게 꾸며주고 싶어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가족 앨범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누군가 아이는 가족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인이 된 우리도 때로는 가족의 사랑이 필요할때가 있다. 각자의 시간이 바빠지고, 연인이 생기고, 친구와의 시간이 더 재밌어지는 우리라고는 하지만 틈틈히 가족과의 추억이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음을 나는 안다.
차갑디 차가운 사회에서 내몸과 정신이 얼어붙을 때면 나도 모르게 품고있는 저 때의 온기들이 다시 나를 따뜻하게 지켜주는 것 같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품어내야지. 그리고 가족들을 품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