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록4 - 부재에서 오는 행복
자취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처음으로 생긴 것들이 있다. 온전히 혼자서 지내는 것도 당연히 처음이겠지만, 나를 위한 컴퓨터가 생긴것이 나에게는 꽤 큰 의미인것 같다. 요즘 세상에 과연 개인용 PC를 갖는다는게 큰 의미인 친구들이 얼마나될까? (물론 사정상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친구들에게 유행인 게임을 할 수 있는 PC는 가져본적이 없다. 어릴적 대유행이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유행이 지나고 난 뒤에는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던 우리 형 역시 많이 힘들었으리라 싶다.
자 그럼 다시, 나를 위한 컴퓨터 즉 나만의 컴퓨터가 생긴게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별 이유는 없다' 가 정답인 것 같다. 컴퓨터가 있다고 하루종일 게임을 할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다.
다만 하고싶을때 잠깐 게임 몇판하는 것.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편하게 글로 남겨보는 것. 지금까지 자유롭게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다. 별 것도 아닌 이게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컴퓨터가 없던 시절 여기서 오는 행복이 있었다. 한 때 우리집은 컴퓨터는 고사하고 TV마저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상상도 하기 힘들것이다. 최근 자녀 교육을 위해 의도적으로 TV를 없애는 집도 많다고 듣긴 했다만 의도되지 않은 부재는 이것들과 분명히 다르다. 원하는것을 하지 못할때 오는 갈증은 그 누구에게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럼 불행했냐고? 아니다. 행복했다. 다른집만큼 집이 넓지 않았기에 우리 네가족은 한 방에서 그 누구보다 강하고 충만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고, TV가 없었기에 가족들과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컴퓨터가 없었기에 남들이 게임을 하는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어머니와 주고 받을 수 있었고, 남들이 먹는 치킨이나 피자를 먹기 힘들었기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라볶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부재에서 오는 행복이란 이런것이다. 당시의 나는 어딘가 모르게 갈증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부재에서 온 행복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지금 내가 생각할 때는 그렇다.
아직도 나에겐 여러 부재가 있다. 불과 몇년 전 까지 여러 상황으로 독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전혀 불행하지 않았다. 조금의 불행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어렸을때의 일로 알고있었으니까.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어린나이에 원치않는 부재들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꼭 어린나이가 아니더라도 부재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잠깐의 부재가 곧 다른 행복이었음을 느낄날이 오더라고. 그러기위해 현재를 버티고 이겨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