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록3 - 반지하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무렵 우리 가족은 어릴적 할머니에게 얹혀 살던 아파트를 벗어나, 10평 남짓의 반지하에 들어갔다. 원래 수유리의 어느 허름한 집을 가게 될수도 있었지만, 친구들을 떠나기 싫었던 나를 위해 엄마는 형의 친구네가 내놓은 반지하 월세를 찾아왔다. 어린 시절의 나는 참 천진난만해서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기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들어간 반지하 집은 참 작고 아담해서 장난감처럼 느껴졌었다. 언젠가 어머니도 모든게 새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고 말씀하셨다. 그저 잠시만 살다 나갈집이라고 생각해 창피하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않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간 이 집에서 우리는 12년을 넘게 살았다. 12년의 반지하 생활은 천진난만하던 내 모습을 뺏어갔고 천진난만함의 자리를 부끄러움 이라는 감정으로 채워넣었다. 작은 반지하 집이 장난감처럼 보이던 내 눈은 어느새 보기 싫은 곰팡이들과 바퀴벌레들밖에 보지 못했고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움에 익숙해져 갔다.
반지하방에는 외부의 계단아래 공간이던 작은 방이 있었는데, 잠시나마 그곳에서 주무시던 어머니가 걱정됐는지 종종 미리 이부자리에 들어가 데워놓던적이 있었다. 그 곳의 서늘함을 잊을수가 없다. 어둡고 축축한, 무엇보다 서늘하던 이부자리. 부디 우리가족은 기억하지 못했으면 한다.
아 아직도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언젠가 우리 가족이 여느때처럼 TV를 보고 있었는데 우리방에 있던 창문으로 어떤 어린아이가(그때의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로 기억한다.) "야 이 XX XX들아" 하고 창문에 침을 뱉고 도망갔다. 우리를 내려다보며 침을 뱉은 그 어린 자식의 악한 장난이 몇 번이고 생각난다. 잠시동안 흐른 정적속에 우리 가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침을 뱉은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 너가 무심코 한 그 장난이 10년이 넘는 세월도 지워주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12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파트 11층에 살던 내마음은 어느새 어둡고 침침한 반지하가 되어있었다. 아마 지금도 내마음 어딘가 반지하가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나 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형 모두들 자신만의 반지하가 남아있지 않을까? 부디 그 반지하가 너무 춥고 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반지하에 가려졌던 햇빛을 받는것이 익숙해져 있기를, 다시금 따뜻한 햇빛들이 마음속의 곰팡이 들을 없애주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