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서로 다른 계산법
지난 목요일, 면접교섭 자리에서 나는 남편과 다시 한 번 날카로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번에는 결혼과 돈,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서로 다른 계산법이 부딪히는 자리였다. 남편은 결혼생활의 파탄을 책임지겠다며 시댁에서 결혼 초기에 준 9천만 원을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돈은 자신의 돈이 아니니,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가 그 일부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했다.
나는 그의 요구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그 돈은 증여세까지 낸 내 돈이었다. 시댁에서 우리 부부를 위해 준 돈이고, 그 돈으로 전세를 구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남편은 "나는 내 자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부모님도 중요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부모님께 돈을 돌려드리겠다는 사람이 정작 자식을 위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현재 신생아 특례대출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단 2년 남아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혼자 벌어 집을 사야 할 때 감당해야 할 이율이 너무나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양육비를 일시불로 받아 분양받은 집에 투입하고, 나머지 원리금은 내가 감당할 계획이었다. 아이를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간절함이 내게는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를 단칼에 거절하며, "월 100만 원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은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다. 100만 원. 내 월급에 그 돈을 더한다고 해도 아이와 살아가는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싸움은 격해졌고,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 남편은 "꺼져"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의 감정 조절 능력 부족과 함부로 내뱉는 말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었지만, 이 싸움에서 나는 어떤 결론에 다다른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그 순간, 정신과에서 진행했던 그의 종합심리검사 결과가 떠올랐다. 그 결과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여전히 갈림길에 서 있다. 아이를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내 바람과 남편의 입장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그리고 과연 이 상황 속에서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