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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Jan 06. 2025

한남대첩의 은박요정들

Photo by 황성수

"그대들과 한남동에서 함께 하고
함께 외쳤던 시간을 간직하며,
그대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2025년 1월 5일 황성수
사진 속 발랄한 이 요정님은 누구실까요?
1975년 생 마흔아홉 살
진보당 정혜경 의원


미완성의 시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1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아닌가?

길가에 핀 노란 양국을 꺾어

꽃잎을 떼며 점을 친 다음

5월의 바람에 날려 보내듯

나는 손가락을 잡아떼며 점을 친 다음

부러진 손가락들을 사방에 뿌린다

머리를 빗거나 면도를 할 때 새치가 보여도

은빛 세월이 무더기로 울려 퍼져도

분별이란 이름의 창피스런 상태가

내겐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임을 믿고 또 바란다


2     

벌써 두 시요

자리에 들었겠구려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깨어 있을지도

서둘러

지급전보를 치진 않겠소

당신을

깨우거나 괴롭힐 필요가

어디 있겠소     


3     

바다는 되돌아간다

바다는 잠자러 떠나간다

사람들이 말하듯 사건은 종결되었다

사랑의 조각배는 일상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당신과 나는 피장파장

서로에게 준 상처와 슬픔과 모욕을

되뇐들 무슨 소용    

 

4     

벌써 두 시요 자리에 들었겠구려

밤이면 은하수는 꼭 은빛 오까 강(江) 같소

서둘러 지급전보를 치진 않겠소

당신을 깨우거나 괴롭힐 필요가 어디 있겠소

사람들이 말하듯 사건은 종결되었소

사랑의 조각배는 일상에 부딪혀 박살이 났소

당신과 나는 피장파장 서로에게 준

상처와 슬픔과 모욕을 되뇐들 무슨 소용

세상에 펼쳐진 정적을 보구려

밤은 별들의 공물로 하늘을 덮었소

이런 시간이면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대와 역사와 우주에게 말을 한다오    

 

5     

나는 말의 위력과 말의 예언력을 안다

극장의 특등석을 갈채로 뒤흔드는

그런 말이 아니라

시체를 담은 관까지도 흔들흔들 일어나

참나무 다리로 걸어가게 만드는 그런 말

간혹 인쇄도 안 해주고 출판도 안 해주지만

말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친 듯이 달려간다

수세기 동안 울려 퍼진다 그리하여 시(時)의

굳은 살 박힌 손을 핥으려고 기차가 기어 온다

나는 말의 위력을 안다 무희의 뒤축에 밟힌

꽃잎처럼 하찮게 보일지라도

인간은 영혼과 입술과 뼈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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